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90408028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레이디 맥베스
쌈닭
니콜라이 레스코프에 대하여
작품 해설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타고난 미녀는 아니었지만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그녀는 스물네 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키가 큰 편은 아니었으나 균형 잡힌 몸매에 그야말로 대리석을 깎아놓은 것 같은 목, 둥근 어깨, 탄탄한 가슴, 섬세하고 오뚝한 코, 검고 활기 있는 눈동자, 희고 높은 이마와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쿠르스크 현의 투스카르 지방에서 우리 지방의 상인인 이즈마일로프에게 시집왔는데 그것은 사랑이나 매력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이즈마일로프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고 가난했던 그녀로선 신랑을 고를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_<레이디 맥베스>
“맞아, 나도 지루해.”
카테리나 리보브나가 무심결에 말했다.
“이런 생활이 어떻게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마님, 혹시나 남들처럼 당신에게 애인이 있다고 해도, 그를 만나기조차 불가능할 것 같군요.”
“너, 무슨……. 그런 건 아니야. 애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기만 해도 그렇죠.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마님, 아기는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머슴살이도 할 만큼 했고, 부잣집 마나님들 생활이 어떤지 보아온 저희가 정말 모를 줄 아십니까? 이런 노랫말도 있지요. ‘사랑하는 이가 없으면 슬픔과 애수에 사로잡힌다.’ 바로 그 애수가 말이죠, 제 마음속에도 너무나 커서 날카로운 칼로 베어 내어 당신 발 앞에 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정말 제 마음이 백배나 더 편해질 것 같습니다…….”
세르게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 나한테 네 마음에 대해 말하는 거지? 그런 건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니 돌아가.”
“아닙니다, 주인마님.”
세르게이는 온몸을 떨면서 카테리나 리보브나에게 다가섰다.
“저는 당신 역시 나만큼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당신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 이 순간에는 모든 것이 당신의 손에, 당신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가 단숨에 말했다.
“너,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왜 내게 다가오는 거야? 창문으로 뛰어내릴 거야.”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손으로 창틀을 꼭 잡았다.
“한없이 귀중한 나의 생명이여! 어디로 뛰어내리려고 하지요?”
젊은 여주인을 창문에서 떼어내며 세르게이가 거침없이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아, 아, 이거 놔.”
세르게이의 뜨거운 입맞춤에 힘이 빠지면서 카테리나 리보브나가 조용히 신음소리를 냈다. 그녀는 어느새 그의 몸에 바짝달라붙어 있었다._<레이디 맥베스>
“저것 봐 세료자, 정말 낙원 같아.”
머리 위로 꽃이 만개한 사과나무 가지 사이에 걸린 청명한 보름달과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카테리나 리보브나가 탄성을 질렀다.
사과나무 잎사귀와 꽃잎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고개를 위로 젖히고 누워 있는 카테리나 리보브나의 얼굴과 온몸에 기묘한 빛의 반점들로 흩어져 이리저리 움직였다. 사방이 고요했다. 가볍고 따스한 미풍이 졸린 듯한 나뭇잎들을 가볍게 흔들면서 만개한 풀과 나무의 연한 향기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무언가 사람을 지치게 하면서 나른하고 몽롱하게 만들고 또 어두운 욕망으로 이끄는 기운이 느껴졌다.
세르게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연분홍빛이 감도는 사과나무 꽃들 사이로 하늘을 계속 응시했다. 세르게이도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하늘에는 관심이 없었다.
양팔로 무릎을 감싸 안은 채 그는 자기 장화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_<레이디 맥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