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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노동운동
· ISBN : 9791190434690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5-04-01
책 소개
이 선언문은 2021년 6월,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누군가가 쓴 글로 처음 등장하였고, ‘탕핑(躺平)’이라는 단어는 이후 하나의 사회적 키워드가 되었다. ‘탕핑’은 ‘드러눕기’를 뜻하는 말로, 성취를 강요하는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저항의 태도를 상징한다.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체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중국 청년 세대의 새로운 삶의 윤리를 담고 있다. 해당 글은 발표 직후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곧바로 정부의 검열 대상이 되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재유포되며 21세기 중국 청년들의 새로운 저항 언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번 한국어판은 홍명교가 번역해 플랫폼C에 게재한 버전을 바탕으로, 중국어 원문과 영어, 한국어 세 언어를 함께 수록하였다.
목차
서문: 거부
탕핑주의자의 ‘동반자’
탕핑주의자의 곤경
탕핑주의자의 친구
대안적 자치구
책속에서
"사실 만약 탕핑주의자들의 각성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에 아직 '정의'란 것이 남아 있다는 걸 잊었을 것이다. 마치 사축이 먹고 살기 위해 착취자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호소하려는 듯, 같은 길을 따르는 탕핑주의자들은 지난 시간에 대한 한계치 없이 가불한 착취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그 배상 요구들 중 어떤 결말은 실행자가 개인의 요구를 압축하도록 요구하여, 최소한의 소비와 최소한의 노동으로 생존을 이어가도록 힘쓰고 있다. 그보다 더 높은 요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 전체가 시간과 공간의 분해와 재설정을 요구하는 것에 있다."
"세계를 90도만 돌려서 보면, 사람들은 평소에는 말할 수 없는 진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눕는 것이 서는 것이고 서있는 것은 기어가는 것이란 점이다. 이 같은 객관적인 시각은 탕핑주의자와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넘나들 수 없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기 전에는 탕핑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자세를 바꿀 이유가 없다."
"개별 탕핑주의의 부자연스러운 지점은 바로 대규모 실천의 통로가 부족하다는 것, 그렇기에 탕핑주의가 또 다른 유예의 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천성적으로 탕핑을 실천하는 사람일수록 탕핑주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주류 질서에서 소외되어, 포기할 무언가를 아예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탕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수록 탕핑주의의 함의를 거스르게 된다 - 그들의 입장에서 본래부터 질서는 너무 많고, 포기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혼인과 가정의 법칙에 빠진 사람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 업무고과와 성적표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주택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만약 탕핑주의자들이 이렇게 많은 반대자를 규합했다면, 어떻게 그 질서가 그들을 놓아주리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