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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한국인의 탄생](/img_thumb2/979119049828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91190498289
· 쪽수 : 580쪽
· 출판일 : 2022-08-31
목차
제1장 한국인의 정체에 접근하는 문제
제2장 홍길동과 성춘향
홍길동의 정체
천상의 영웅 홍길동 | 홍길동의 탄생 | 홍길동 신화
성춘향의 정체
사랑과 현실 | 시련 | 춘향의 출현의 의미
근대 이전의 두 인물
제3장 신소설의 인물들과 그들의 세상
신소설에 드러나는 현실
주인공 김옥련 | 신소설의 이야깃거리 | 공간의 문제 | 저항의 흔적 | 현실의 뿌리 | 주인공 김수정 | 구한말 현실과 신소설
자연상태에서의 삶과 죽음
홉스적 자연상태 | 전대미문의 상태 | 생존의 문제 | 진화 | 계속되는 삶
자연상태와 정치
강한 국가권력 신화 | 안과 밖 | 활로 | 반역 집단 일진회 | 국가가 없는 우리 | 민족주의의 탄생과 분기 | 자연상태와 정치
신소설과 그 현실의 역사적 의미
제4장 초기 민족주의자의 두 초상
두 민족주의자의 내면
두 민족주의자와 그들의 분신 | 이성과 욕망 | 속 사람 | 지평의 확대 | 사랑의 민족주의 | 한놈과 그의 세상 | 단재의 구상
두 민족주의자의 사회적 위치
새로운 존재와 그 세상 | 전략과 투쟁 | 개화민족주의자의 새로운 출발점 | 미완의 끝, 저항민족주의의 시작
두 민족주의자의 역사적 의미
제5장 만세 후에 찾은 인물들
김동인과 민족적 과제
김동인의 문체와 인물 | 약한 자 | 마음이 옅은 자 | 강함에 관한 단서
순수문학의 시도와 강한 인간의 재발견
<배따라기>를 부르는 사람 | 성과 애정의 문제 | 야성의 예술 | 지식인 바깥의 인물 | 삵과 삼룡이 | 망가진 작품
한국 근대 소설문학의 출발
제6장 대도시 지식인의 출현
기이한 생태의 대도시 지식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대도시 문명과 지식인
부활을 꿈꾸는 대도시 지식인
박제가 된 천재 | 부활의 신화
대도시 지식인이라는 종자
제7장 새로운 전사의 창조
욕망과 이성
두 번의 죽음
주인공 최석 | 첫 번째 죽음 | 결핍 | 순례자 | 첫 번째 유혹 | 두 번째 유혹 | 두 번째 죽음 | 식민지 조선과 구원
부활의 전사, 강한 조선인 만들기
제8장 민중 영웅의 창조
민중 영웅 임꺽정
천상의 영웅 임꺽정 | 벽초 식 사실주의와 ‘조선의 정조’| 임꺽정과 서림 | 임꺽정과 그의 공동체 | 민중 영웅 임꺽정
근대인 임꺽정
변신 | 유혹 | 돌아온 임꺽정 | 약동하는 심장
민중의 정체
민중의 연원 | 민중의 탄생 | 우리의 민중
반지성주의의 성격
지식인과 민중 | 저주의 안개 | 민중의 내면 | 이후의 이야기
근대적 민중 영웅
제9장 결론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국 이인직과 이해조의 신소설에 나타난 당시 조선 사회의 모습은 이른바 ‘홉스적 자연상태(the Hobbesian State of Nature)’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7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가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제시하는 국가 이전의 상황 즉 국가를 필히 만들어야 할 ‘자연상태(the State of Nature)’와 유사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인직과 이해조의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당시의 현실, 즉 사회는 붕괴되고 개인으로 흩어져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신소설이라는 새로운 이야기의 형태가 우리 역사에서 나타난 원인이었다. 루카치에 따르면 근대 소설은 “세계가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관념에서 출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신소설도 죄악으로 가득 찬 사회, 망한 나라, 타락한 세상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하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무후무한 ‘신소설’이라는 문학의 장르가 나타난 것이었다.
1933년 이광수의 『유정』이 발표되자 강한 조선인을 만드는 비결(秘訣)이 드디어 공표되었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랑으로 욕망과 이성의 갈등이 시작되고 두 힘 사이에 상승 작용이 일어난다. 그리고 두 힘을 최대한으로 확대시켜 그 사람을 죽게 한다. 그러면 그 죽은 이의 영혼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주변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 것이고, 그들은 끝까지 싸우는 불멸의 전사가 된다. 이것이 바로 그 비결이었다. 이는 결코 복잡한 과정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훈은 최초로 이를 간파한 천재였고 『상록수』에서 멋지게 활용하여 불멸의 전사들을 민족 운동의 전선에 바로 배치하였다. (……) 사랑은 고통스럽지만 보람 있고 생산적인 일이었다. 소설에서 사랑은 점점 더 가혹한 시련의 과정으로 변해갔고 그 시련을 이겨나가는 과정과 마음가짐은 종교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그 극단적인 예가 이광수의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고행 그 자체로 연결되었고 작품은 더욱 더 엽기적으로, 자학적으로 변해 갔다. 1930년대 중반 조선인들은 시련과 고문에 지친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수도승 같은 애정과 긍정의 마음이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독이 바짝 오른 모습들이었다.
일본과 중국에서와 달리 한국에서는 ‘민중’이라는 말이 지워지지 않고, 되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임꺽정』이라는 문학 작품을 통해 ‘민중’이 말뿐이 아니라 피와 살로 이루어진, 그리고 생명력이 요동치는 존재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동북아 삼국에서 쓰여 온 ‘민중’이라는 단어는 서양 철학에서 말하는 ‘개념(槪念)’이라 볼 수는 없다. 지칭하는 대상을 고정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어떤 범주의 사람들을 피동적으로 지배당하거나 피동적으로 혁명에 참여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혁명과 저항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말하는 이상, 그 대상은 애매하며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개념’이 될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을 현재 상태로 말하는 이상, ‘민중’은 개념이 되기에는 너무나 직관적인 감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말이며 따라서 그 말의 타당성은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