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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0526623
· 쪽수 : 342쪽
· 출판일 : 2022-03-10
책 소개
목차
책 머리에|생성(生成)과 소멸(消滅)
이방원
반격
음모
최영
풍전등화
비운의 임금
생성과 소멸
선지교의 꽃
군신동맹
새로운 나라 조선
왕자 이방원
역신과 충신
제1차 왕자의 난
골육상쟁
징검돌 임금
임금 이방원
조사의 난(亂)
동방에 뜨는 별
왕비 된 죄
서설(瑞雪) 내리다
대마도 정벌
대출정(大出征)
맹장 이종무
가고 오는 순리
태상왕 이방원
아름다운 최후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화는 방번, 방석 두 아들을 깨우고 간단한 짐을 챙겨 큰집으로 갔다. 두 집 식구는 일곱인데 말은 두 필이었다. 방번은 일곱 살, 방석은 여섯 살, 경신은 아홉 살, 경선은 일곱 살이었다. 방원은 여섯 식구를 말에 태웠다. 한 씨는 경선이, 지화는 방석이를 안고 네 사람이 말에 타고, 경신이와 방번이는 조랑말에 태웠다. 방원은 무거운 등짐을 지고 경마잡이가 되어 두 말의 고삐를 잡고 집을 나와 걷기 시작했다. 일곱 식구는 하루종일 오십 리도 못가서 날이 저물었다. 여름이라 춥지는 않으니 숲속 개천가에 이슬막이 천막을 치고, 준비해온 주먹밥을 먹고 잠을 자야 했다.
방원이 먼저 방으로 들어갔고, 정몽주가 뒤따랐다. 방안은 비어 있었는데, 방 한가운데 연상이 놓여 있었다. 방원이 상좌를 권하고 따라 앉았다.
방원은 마주 앉은 정몽주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눈길이 마주친 정몽주는 흠칫했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묘한 감정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방원이 자란 뒤에 이토록 가까운 자리에서 마주보기도 처음이었지만, 그런 눈길을 받아보기도 처음이었다. 뭇사람들이 이방원의 눈빛에는 함부로 범접 못 할 위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뒤에 때때로 방원의 눈빛을 눈여겨보았지만, 그 눈빛은 위엄이 아니라 살기라고 보았던 터였다. 누구든 거슬리면 가차 없이 죽이겠다는 살기. 정몽주는 지금 마주친 방원의 눈빛이 폐부를 찌르는 살기로 보았다.
방원은 가슴이 쿵쿵 뛰고 머리끝이 쭈뼛했다. 마침내 자신의 목숨을 노리던 간적 정도전과 남은을 죽이게 되었다는 흥분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감으로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과연 이숙번을 이렇게 믿어도 되는 것인지,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던 아버지는 어찌 되었으며, 어린 세자를 끼고 구중궁궐에 들어앉아 모사를 꾸미는 늙은 환관 김사행과 조순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 입안이 바작바작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