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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야기
· ISBN : 9791190566766
· 쪽수 : 144쪽
책 소개
목차
펴내면서
2023 오늘의 한국영화
붕괴 이후의 사랑-〈헤어질 결심〉(박찬욱) | 이광호
길 위에 펼쳐낸 반복과 변주… 가족을 또 새로 되짚다-〈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 라제기
왜 소설가의 영화인가?-〈소설가의 영화〉(홍상수) | 박유희
영화와 삶이 서로를 향해 비약하는 순간-〈오마주〉(신수원) | 안숭범
〈올빼미〉가 계급적 욕망을 묘사하는 방식-〈올빼미〉(안태진) | 송석주
이 전쟁은 의(義)와 불의(不意)의 싸움이니라-〈한산〉(김한민) | 김시무
정체성의 알레고리-〈헌트〉(이정재) | 송효정
2023 오늘의 외국영화
아버지-말씀을 삼키고, 당신의 뼈와 살로 만든 세계-〈본즈 앤 올〉(루카 구아다니노) | 강유정
반복과 차이, 욕망과 한계-〈아바타〉(제임스 카메론) | 유지나
어디에나 있고 무엇도 될 수 있는 멀티버스, 저기 새 시대의 시네마가 온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니엘 콴) | 정민아
우연한 틈 사이를 채우는 인생의 순간들-〈우연과 상상〉(하마구치 류스케) | 전찬일
찬란한 환상과 순수한 광기 사이, 영화가 무슨 꿈을 꾸는가-〈탑건〉(조셉 코신스키) | 송경원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인터뷰
차근차근 작은 것들로 쌓아가는 그런 발전이 더 현실적이고 우리 삶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 강유정
책속에서
박찬욱의 영화를 ‘스타일리쉬’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미장센이 매력적이라는 형식적인 의미에 한정되지 않는다. 가령 <올드보이>에서 선보였고 <헤어질 결심>에도 등장하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벽지가 만드는 공간감 같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스타일은 이미지와 이미지가 충돌하는 리듬으로서의 영화적 창의성의 결과물이다. 로베르 브레송이 ‘촬영한 연극’으로서의 시네마와 창조의 목적으로 카메라를 사용하는 ‘시네마톨로지’를 구분했을 때의 바로 그것이다. 박찬욱의 영화가 브레송처럼 ‘연기’ 자체를 제거하는 극단적인 영화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지의 카메라가 낯선 시공간의 몽타주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시네마톨로지’에 가깝다.
해준이 연인을 찾아다니는 오르페우스라면, 서래는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에우리디케이기를 거부하고, 침묵의 세이렌으로 해안에 남는다. 서래는 해준이 헤매는 그 해변 밑에 누워서 그를 끝임없이 붕괴시킬 것이고, 어쩌면 먼 시간 후에 다시 그 차가운 얼굴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서래는 완벽한 수수께끼가 됨으로써, 사랑을 닫힐 수 없는 미결의 상태로 옮겨놓는다. 영원히 해안을 헤매어야 할 남자의 발밑에서 사랑의 유령은 날카로운 침묵으로 노래할 것이다. 노을이 들이닥치는 해변의 점점 거칠어지는 파도 소리는 그 두려운 사랑의 침묵을 대신한다. 사랑은 이 무서운 붕괴의 연안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 바다는 사랑의 붕괴가, 그리고 붕괴 이후의 사랑이 재등장하는 서래의 바다이다. 서래의 바다는 새로운 붕괴와 죽음이 ‘마침내’ 시작되는 바다이다.
- 이광호, 「붕괴 이후의 사랑 -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감독은 제3자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오지 않았다. <브로커>는 수진이라는 가족 밖 관찰자를 통해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이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을 전한다. 수진도 동수와 소영 등이 형성한, 우성을 키우기 위한 유사가족에 합류한다. 냉소적인 관찰자가 다감하게 행동하는 인물로 변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현 일행의 남다른 여행을 지켜보던 관객은 수진의 변화를 통해 주관적인 시선으로 옮겨간다. 수진은 유사가족에 대한 공감을 커지게 하려는 장치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 영화들 중 범작에 속한다. 하지만 반복과 변주를 통해 반 발짝 나아가려는 대가의 행보를 여전히 볼 수 있다. 그는 또 어떤 가족 서사를 그려낼까. <브로커>는 적어도 고레에다 감독의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중개상’ 같은 영화다.
- 라제기, 「길 위에 펼쳐낸 반복과 변주…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브로커>」
흔히 소설 구성의 3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한다. 이는 허구fiction의 요소이자 소설과 영화를 아우르는 이야기story의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되는 것은 당연히 인물이다. 따라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 구성의 시작으로서 ‘인물/배우’론을 펼치고 있는 이 영화는 홍상수 영화의 창작방법론에 다름 아니다. 소설가는 영화 속 인물인 동시에 홍상수 감독 자신일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이 영화는 지금까지 꾸준히 홍상수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소설에 다가서왔기 때문이라는 것, 그 창작의 비결을 넌지시 일러준다.
- 박유희, 「왜 소설가의 영화인가? - 홍상수 감독 <소설가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