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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

치자나무

아야세 마루 (지은이), 최고은 (옮긴이)
현대문학
13,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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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치자나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885591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1-02-22

책 소개

2017년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아야세 마루의 소설집. 잔잔하고 섬세한 필치가 두드러지는 작품들로 주목받아온 아야세 마루는 『치자나무』에서 독특한 상상력과 아름답고 그로테스크한 세계관을 선보이며 작가 이력의 전환점을 맞았다.

목차

치자나무
꽃벌레
사랑의 스커트
짐승들
얇은 천
가지와 여주
산의 동창회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아야세 마루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6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났다. 조치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2010년 〈꽃에 눈이 멀다〉로 제9회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3년 첫 단행본 《그 사람은 거미를 죽이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2017년 《치자나무》가 제158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2018년 제5회 고교생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2021년 《새로운 별》로 제166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그 밖의 작품으로 제36회 오다사쿠노스케상 후보에 오른 《숲이 흘러넘치다》와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뼈를 채색하다》, 《이윽고 바다에 도착하다》, 《아침이 올 때까지 곁에 있어》, 《초원의 서커스》, 《관》 등이 있고, 동일본대지진 재해기 《어두운 밤, 별을 세며–3·11 피해 철도에서 탈출–》이 있다. 2021년 이 책의 수록작 〈떨리다〉가 영국 문예지 《그란타》에 실리고 《숲이 흘러넘치다》의 영문판이 출간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작가로서 그의 이름은 세계 문단에도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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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옮긴이)    정보 더보기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일본 전후문학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세계』 『지구별 인간』, 아사히나 아키의 『도롱뇽의 49재』,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상오단장』,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빛의 현관』,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쇼맨’ 시리즈,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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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날 밤, 희한한 꿈을 꾸었다. 나는 흐느끼는 아쓰타 씨 부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려도,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녀의 울음은 멎지 않았다. 온몸이 푸른빛 슬픔으로 물들어 있었다.
“일단 팔이라도…….”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그녀의 몸에서 사랑스러운 팔을 떼어냈다. 슬픔에서 분리된 팔은 부드러운 하얀 빛을 발하며 솔직함과 온화함을 되찾았다. 아직도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다른 한쪽 팔도 떼어냈다. 이로써 그녀의 6분의 1 정도는 울음을 그친 셈일까. 치마를 들어서 포동포동한 허벅지를 누르며 두 다리도 떼어냈다.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새하얀 살갗을 손등으로 어루만지며 몸통의 경계선을 찾았다. 배꼽 바로 아래, 명치, 가슴 사이. 찾아낸 경계를 하나씩 분리할 때마다 부인은 점점 줄어들었다.
_ 「치자나무」


낡은 B2 사이즈의 파일 중간에서 젊고 매끈한 남자의 뒷모습을 찾았다. 유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 달콤하고 음란한 내음이 흑백 지면을 넘어 기억 속에서 피어올랐다.
날렵하게 다져진 남자의 발목에는 터질 듯 꽃잎을 펼친 자그마한 꽃이 피어 있었다. 당시 나는 무척이나 흥분했던 것인지, 유진의 몸보다 꽃을 더 정밀하게 그렸다. 끝부분이 살짝 꺾인 꽃잎의 커브. 바깥에서 안을 향해 녹아들 듯 변화하는 색의 농담과 남자의 피부에 생생하게 드리운 그림자.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꽃잎 표면에는 섬세한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때는 그저 아름다움에 빠져 있었을 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레이스 뜨기나, 잎맥처럼 표면을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눈 섬세한 선이 꽃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날개다, 방울이 울리듯 자각했다. 벌레의 날개다.
이 선은, 막처럼 펼쳐진 날개를 받치는 역할을 하는 시맥翅脈이다. 아아, 어쩌면 좋지. 유진이 옳았어.
우리 몸에는 정체 모를 벌레가 살고 있다.
_ 「꽃벌레」


작은딸이 뱀이 되었다고 털어놓았을 때, 남편의 미간을 스치고 지나간 희미한 혐오. 그리고 날마다 깃털이 자라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스민 두려움을 알아챈 뒤로 우리 부부는 더욱더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두려워하지 마. 사실은 날 미워하고 있던 거야? 왜 알아주지 않는 거야,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걸 망가뜨릴 작정이야? 말다툼이 격해질수록 아이들은 움츠러들었고, 잠자리 깊이 파고들어 서로 껴안은 채 번데기처럼 잠들기 시작했다. 그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하고 아이들이 변이하면, 당신은 남자들을 데려와서 막대기와 손도끼로 우릴 죽일 거야?”
_ 「짐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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