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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9104046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5-01-02
책 소개
목차
발문 - 서경식
프롤로그
왕의 탄생
걸음마
인간의 출현
이사
첫 먹이
사냥
쓰라린 경험
겨울이 오다
왕의 아버지
숲의 바다, 슈하이
‘벨벳 외투’
퉁리와의 만남
늙은 투사의 최후
거인들의 싸움
하렘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맹수들의 밤
숲의 수다쟁이들
연인을 잃다
조상들의 부름
고향으로 돌아오다
숲의 러시아인들
타이가의 소음
‘갈라진 귀’
타이가의 법
위대한 노인
초소에서
낯선 노래
퉁리의 생각
호랑이 사냥꾼
마지막 싸움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백두산에 올라 산 정상에서 조망해 보니, 사방에 펼쳐져 보이는 산록평야는 어두컴컴한 바다처럼 광대하면서도 울창한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이 숲의 바다를 자신의 왕국으로 삼았던 호랑이는 교활하고 약삭빠른 인간들이 그어놓은 국경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선에서 만주로, 더 나아가 극동러시아로 자유롭게 유유히 활보하며 돌아다녔던 것이다. (……)
바이코프의 작품 세계는 지리적으로는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을 이어주는 공간적 확장을, 시간적으로는 19세기 말 열강들의 아시아침략에서 사회주의혁명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시간적 척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 바이코프의 『위대한 왕』은 뛰어난 문학 작품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텍스트 읽기와 컨텍스트 읽기라는 두 가지 즐거움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서경식 - <발문> 중에서)
“넓고 반듯한 이마에는 ‘왕(王)’이라는 글자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풍성하게 자라날 갈기가 나타나기 시작한 목덜미에는 또 다른 글자의 징후가 벌써 희미하게 보였다. 그것은 ‘위대한’이라는 뜻의 ‘대(大)’라는 글자였다.”
“어미는 암컷보다 강했다. 캄캄한 밤,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던 어미는 타이가 깊은 곳에서 메아리치는 수컷들의 음성에 자주 귀를 기울였다. 그럴 때면 심장의 박동이 멈추고 강한 전율이 강인한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어미는 걸음을 멈추었다. 가슴에서 애처로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새끼 특유의 소리로 귀엽게 가르랑거리며 한 발 한 발 자신의 뒤를 따르는 어린 것들에게 눈길을 한 번 던지는 것만으로 모든 유혹을 뿌리치기에 충분했다. 어미는 깊고 낮은 한숨을 내쉬며 핏줄의 부름에 최우선으로 복종했다. 그리고 온순하게 가족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