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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3598054
· 쪽수 : 495쪽
· 출판일 : 2024-12-18
책 소개
목차
1. 노년의 초상
체감 시간
이 빠진 연초의 소감
은퇴기
인생의 가을에 생각한다
'늙음'이라는 타자
마지막 '전후 지식인'
감옥의 형에게 넣어 준 시집
어느 목사
파도에 휩쓸려 간 흔적
2. 악몽의 시대에 보는 예술
잔혹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난민 화가 이중섭
'니시키에'와 근대 일본의 아시아관
미야기 요토쿠
불의에 순응하지 않은 미술의 힘
무언관 방문기
미군 기지에 저항하는 미술관-오키나와에서 케테 콜비츠를 보다
어둠에 새기는 빛
포스트콜로니얼의 표상
니키가 쏜 총탄은 아직도 날고 있다
계몽의 프로젝트는 진행 중-윌리엄 켄트리지의 작품 세계
종말은 이렇게 올 것이다
예술의 힘
숲은 되살아날 것이다
악몽의 시대에 본 영화 한 편
네루다는 죽지 않는다
긴 행렬-독립운동 100주년에 본 영화 두 편
끝나지 않는 전쟁-인천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국어 내셔널리즘'을 극복하라
여름의 끝자락에 드리운 몰락의 그림자
피서지에서의 일
아직은 잊어도 좋을 때가 아니다-윤이상 탄생 100주년
3. '후쿠시마 이후'를 살다
기묘한 평온, 공황의 다른 모습
후쿠시마의 '필리핀 신부들'
동심원의 패러독스
합천 보고
'기억의 싸움'은 계속된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과 후쿠시마
들을 빼앗긴 자들의 연대
자기 주변
동아시아 위기의 시대
까마귀
알렉시예비치와 '후쿠시마 이후'
4. 출구 없는 세계-냉소와 망각의 틈바귀에서
'국민주의'에 갇히지 않고 일본 바라보기
'한국'을 배우는 일본의 젊은이들
사라져 가는 식민 지배의 산증인들
제주도-상상의 공동체
DNA라고?
내 고향!
보고 싶지 않은 것
레 미제라블
이쿠미나
온몸에 박힌 기억이 죽는 날까지 그를 고문하리라-장 아메리의 『죄와 속죄의 저편』
악몽의 시대
올 데까지 왔다
기억의 학살자들
분단되고 극우화된 세계
'민주주의'의 폐허-대량 소비의 말로
21세기 동아시아에서 미켈란젤로를 생각한다
쓰라린 진실-영화 〈박열〉을 보고
두 팔 벌려 맞이하라
'도서관적 시간'을 되찾자
도서관에서 찾은 '선한 미국'
태풍 19호
죽음의 승리
코로나 사태 속의 인문학 교육
디스토피아와 예술의 힘
어째서 당신들은 침묵하는가
미국의 '단말마'는 계속된다
붕괴 과정을 마주하는 나날-2021년을 맞아
무자비한 시대
살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다
박탈당한 상상력
고통스러운 상상력-2021년을 마감하며
이상 없는 시대에 온전한 정신으로
'밝은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인천 디아스포라영화제 참관기
진부화의 폭력
나쁜 예감
'숫자'가 아닌 하나하나의 아픔을
평화는 잠깐의 '휴전'이었을 뿐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자-연재를 마치며
옮긴이의 말
인명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뜻하지 않게 소원해진 사람을 불시에 떠올릴 때면 20년,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가 버린 것을 깨닫는다. 그 사람은 이제 살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변명하고 있는 나를 본다.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은커녕 거듭된 실패, 과오, 죄 같은 기억들만 가슴속에 쌓인다. 초로기에서 노년기로 이행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그리고 이제부터는 ‘인생을 마감한다’는 큰 과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70년 남짓 살아오면서 핵전쟁의 위기감은 항상 존재했지만, 이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짙어 온몸으로 밀어닥친다. 내 인생이 끝나기 전에 핵전쟁의 참상을 목격해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일상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일하고, 웃고, 울고, 싸우고, 사랑을 하며, 아이를 낳는다. 내게는 이런 현실이 더할 나위 없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불가사의함이다.
‘종말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예술 행위는 그것을 알리는 경종이다. 예술에 대한 권력의 간섭은 인간의 감성 자체에 대한 간섭이다. ‘예술과 관련된 것이니까’, ‘예술은 일상생활에 직결되지 않는 일종의 사치니까’ 하는 심리로 시민이 이 경종을 경시하기라도 하면 그것은 곧바로 감성 자체에 대한 통제로 이어진다. 무엇이 ‘미’이고 무엇이 ‘추’인가 하는 기준까지 권력이 휘어잡게 된다. 그런 광경을 우리는 일찍이 일본에서, 독일에서, 세계 곳곳에서 거듭 목격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