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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1056273
· 쪽수 : 428쪽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작가 서문
프롤로그
1장 카운트다운
2장 위기의 스타더스트 프로젝트
3장 변두리의 꿈
4장 시험대에 오른 변두리 공장
5장 쓰쿠다 프라이드
6장 일하는 자의 마음
7장 쏘아 올리다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정기예금을 해약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잘하면 1년쯤일까요.”
“1년…….”
그게 짧은지 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정기예금을 해약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잘하면 1년쯤일까요.”
“1년…….”
그게 짧은지 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비행기는 연료가 떨어져도 관성으로 잠깐은 날 수 있다더군요.”
도노무라가 말했다. “지금 쓰쿠다제작소가 딱 그렇습니다. 대출이라는 연료가 떨어져 관성으로 날아간다. 그게 1년이죠.”
“그 사이에 급유할 곳을 찾지 못하면 야단나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도노무라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소송부터 해결하시죠. 만약 재판에서 지기라도 하면, 아니, 지지 않더라도 1년 안에 결판이 나지 않으면 그때는…….”
“추락인가.”
세이렌. 문득 예전에 자기가 개발한 엔진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때 궤도를 벗어난 세이렌처럼 쓰쿠다제작소도 서서히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세이렌처럼 바다에 빠져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탈 것인가. 이제부터 승부다.
나카가와라는 변호사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반론하기 위한 증거를 다음번에 제출하고 싶습니다만.”
그리고 다음 변론준비기일에 한꺼번에 검증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자료를 제출해 재판 일정이 족히 두 달은 밀렸다.
시간 끌기다. 너무나 비열한 전략이라 쓰쿠다는 상대방 변호사를 두드려 패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
“이런 게 무슨 법정 전략이야. 그냥 대기업의 횡포잖아!”
쓰쿠다가 저도 모르게 방청석에서 언성을 높이자 “진정하세요” 하고 가미야 변호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며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그때 상대방 변호사가 보인 가엾다는 듯한 표정이 지금도 가끔 불쾌한 감정과 함께 머릿속에 되살아난다.
나카시마공업은 쓰쿠다제작소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이 조그마한 회사의 자금이 바닥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야.” 쓰쿠다는 단언했다. “엔진 제조사로서 꿈과 자존심의 문제지.”
테이블을 둘러싼 직원들은 납덩이라도 삼킨 듯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잃었다. (…)
“지식재산으로 장사를 하면 분명 돈은 잘 벌리겠지만, 그건 우리 회사의 본업이 아니야. 특허는 어디까지나 우리 제품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해온 거잖아. 한 번 편한 쪽으로 눈을 돌리면 물건을 만들어 파는 일이 시시해 보일걸.”
가라키다가 못마땅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입을 꾹 다물었다. 가라키다는 합리주의자다. 손쉽게 돈을 벌 방법을 놔두고 굳이 멀리 돌아서 가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쓰쿠다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특허 사용료가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입맛을 다실 만큼 탐난다.
하지만 일이 곧 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쓰쿠다는 아니다. 어릴 적에 아폴로 계획에 가슴 설레고, 도서관에서 빌린 도감 속 월면 사진을 눈 속에 새기며 자란 쓰쿠다에게는 꿈이 있다. 자신이 개발한 엔진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고 싶다는 꿈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로켓엔진 부품을 만들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