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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1383089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1-11-24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메시지
방귀가 선물이 되는 순간
“나, 누나 좋아해요”의 현상학
가독성의 본질은 ‘쉬움’에 있지 않다
어른의 신
기계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얕은 도덕과 깊은 도덕이 있을 뿐
악이 아니라 악인부터 시작하자
소수파의 말하기
2부 명사에서 동사로
사상은 언제 부활하는가?
어른이란
자립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상식에 대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동사로 살기가 빠지기 쉬운 함정
교양 재생 프로그램
과거는 가변적이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역사 공부는 연대표 외우기부터
계속하는 힘
동사로서의 종교
가끔은 명사적 사고가 필요하다
3부 몰역사적 개체에서 사회문화적 사이보그로
마리는 과연 요리를 만들었을까?
허구와 현실의 다툼
사회문화적 사이보그인 나
남성/여성은 사회문화적 사이보그와 관계없죠?
24초 룰이라는 디자인된 현실
계산하는 생명
아빠, 그럼 지금부터 점심밥 먹자!
‘일상’에서 ㄹ을 뺄 수 있다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영화에 아역으로 등장하는 미노루와 오사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영어 선생님과 고모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목적은 유용한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메시지의 증여와 답례를 통한 공동체의 구축(사랑을 나누는 실천 공동체)이다. “어디에 가시는 길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은 목적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가시든지 당신의 걸음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같은 축복의 말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이 물음에는 고마움을 담아서 “니시긴자에 갑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레비나스는 신의 침묵을 신의 피조물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라는 메시지로 바꾸어 읽었다. 이런 읽기는 목숨을 건 도약이라고 할 정도의 논리적 곡예다. 그런데 레비나스의 말은 그 후 넓고 깊게 유대인 사회에 침투했다.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던 배교의 움직임이 레비나스의 연설을 계기로 딱 멈췄다. ‘신은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은 우리를 믿고 있었다’는 레비나스의 해석에 유대인들은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울부짖음을 멈추고 잠자코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치다 타츠루는 진리론자와 달리 모성애는 단지 환상 혹은 픽션에 불과하다고 쿨하게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픽션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말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연출가로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자신의 내면에 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틀렸고, 밖에서 가져다가 연기하는 거예요. ‘아무리 해도 아이가 예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당연하지 않나요? 해보면 알잖아요. 어떤 여성을 딱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랑해’라고 계속 말하다 보면 여성 쪽에서도 그런 것 같고, 말을 하는 사람도 그렇게 되잖아요. 상대가 기분이 좋아져서 잘해주니까 관계가 좋아지고요.” 연출가는 모성애가 일종의 환상 혹은 픽션이라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 그런데 모성애를 분석적으로 보는 일에 너무 몰입하면, 마음을 빼앗긴 관객(아이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부모)만이 환시하는 극적 세계(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연스럽게 생겨난 모성애)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