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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91191643237
· 쪽수 : 422쪽
· 출판일 : 2021-10-27
목차
전편『희생자』(Viktimoj)의 주요 줄거리 6
제1장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와 총상 입은 개 9
제2장 붉은 포로수용소 울타리를 넘은 빵 23
제3장 빵과 헝가리인 포로 33
제4장 포로와 붉은 별과 초록별 41
제5장 놀라운 일과 미국 군대의 개입 50
제6장 색유리 구슬과 깨진 거울 57
제7장 1918년 시월 마지막 밤의 만행 70
제8장 새로운 곳으로 이송된 포로들 86
제9장 미혹과 바르디의 재회 109
제10장 미국기독교청년회 위문단 방문 118
제11장 되살아난 삶의 균형감각 125
제12장 카레세프와 루시아, 피자 178
제13장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191
제14장 니콜라이 카레세프를 심문하다 212
제15장 피자가 다시 본 바르디 233
제16장 1919년 봄 265
제17장 칼무코프의 배신과 죽음 297
제18장 헝가리로 간 리스벳과 충직한 개 321
제19장 서서히 전시상황은 바뀌고 341
제20장 1920년 5월 1일의 블라디보스토크 371
제21장 일본군의 만행과 미국의 개입 383
제22장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의 이별 390
저자에 대하여 406
작품에 대한 서평(뷜모스 벤지크) 409
옮긴이 소개 414
옮긴이의 말 418
책속에서
작품에 대한 서평
“에스페란토 문학 최초의 반전(反戰) 문학 작품” 역주: 이 서평은 『SUR SANGA TERO』, 율리오 바기 지음, 페닉소 출판사, 제6판, 1991. pp 245-249에 실린 것을 옮김.
뷜모스 벤지크 (Vilmos Benczik)
『피어린 땅에서』는 율리오 바기의 시베리아 연작소설 중 둘째 소설로 1933년 발표되었다. 이는『희생자』가 출간된 지 8년이 지나서이다. 이 작품은 『희생자』의 연결작품이다. 그렇지만 첫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도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즐거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기로 보면 첫 작품 『희생자』를 읽은 독자라면 이 작품에 관계된 사건과 저자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대다수는 같지만, 강조하는 인물에 있어서는 차이를 볼 수 있다. 율리오 바기 자신을 나타낸 ‘바르디’라는 인물이 첫 작품『희생자』의 중심에 서 있지만, 이『피어린 땅에서』는 그렇게 중심에 서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뚜렷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희생자』와 비교하여 소설 자체의 어조와 색깔 또한 달라졌다는 것이다. 바기는 자신의 첫 작품을 드라마작가(희곡 작가)의 시점에서 만들었다고 한다면, 이『피어린 땅에서』는 역사 작가의 면모가 더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좀 진기한 것은, 작가는 이 소설의 맨 앞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에 있어서 연극 극장의 메타포르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세의 힘이 비극적 영웅인 러시아 민족에게 임시로 조연 배우의 역할을 했다.”
이 『피어린 땅에서』라는 작품이『희생자』보다는 다소 더 잔인하고도 피어린 사건들을 제시하고 있지만,『희생자』에 비해 여기서 작가인 바기는 다소 강한 색깔을 사용하고, 의심의 여지없이 믿음이 가는 인간의 반응과 생각의 제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그의 작가로서의 여러 기술 방식이 더 다양해지고 뉘앙스도 풍부해졌다.
독자라면 누구나 『피어린 땅에서』 라는 작품을 통해 율리오 바기를 더 완숙해진 산문가를 만나게 됨에는 동감할 것이다. 앞서 내가 언급했듯이. 바르디는 -그 “절반은 신이고 절반은 인간”의 모습을 한 인물이 -그 인물을 타르코니Tarkony가 “반신반인간”이라고 이름지었지만- 자신의 헤게모니적인 역할을 버리면서 다른 주인공들에게도 조금의 공간을 양보한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복선들을 통해서 허구라 하더라도 진전되어, 정말 기억할만한 에피소드와, 그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그들의 자리를 내어준다. 그런 인물들은 이 소설에서 너무 많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서두에서 이미 데메트리오 포텐코가 나오는데, 그는 엔지니어이자 장교로 등장하는데, 엔지니어 한 사람도 보유하지 않은 공병 부대장인데, 그 부대에서 그는 “소시지 육군대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포덴코는 이 줄거리에서 근본적으로 착한 마음씨를 가진 러시아인이다. 그는 그 사건들에서 살아남고, 또 가능하면, 그 사건들에서 뭔가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
무슨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그는 전형적인 러시아인의 체념적 표현인 “어떡하지?”라는 말을 언제나 내뱉는다.
다른 기억할 만하고 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서사적 인물은 중국인 리오푸펭이다. 그는 –포덴코와는 좀 달리- 역사의 희생자이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건강한 유모어와, 불멸의 재치로 자신이 당하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의 염원은 단순한 살아남기이기도 했다. 『희생자』에서도 이미 나왔지만, 이 소설에서만 실제 인물은 미카엘로 미혹이다. 이 사람을 비평가 프란시스Francis는 –진실로 맞게- 에스페란토 문학을 통틀어 가장 기억할만한 인물 중 하나로 이름지었다. 사자 목소리의 육군중령 페트로프프(걸맞게 제시된 인물)와 함께 익살스러운 긴 스토리의 모험은, 그 모험에서 페트로프프에게 영어라는 방패 아래 에스페란토를 가르친 인물이기도 한 그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기며 동시에 우리 독자를 울게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미케엘로 미혹은 용감한 헝가리 재단사로, 베레조브카에서 요한 바르디로부터 에스페란토를 학습한 인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기억할만한 에피소드의 인물들은 그리 깊게 가공된 것이 아니라서, 그래서 작중 인물들을 발전시켜나가는 가능성도 부족하다.
바기가 만들어 놓은 인물들을 일반적으로 언제나 즉흥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기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단순한 몇 줄로 그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치 상세함은 의식적으로 양보하면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만 잡고서 또 영원화 하기를 기대하면서 만화가와 좀 비슷하게 개성 인물들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필시 그 때문에 그의 가장 성공적인 인물들을, 어떤 의미로는, 유머를 갖춘 인물들이다. -그 인물들을 촌철살인하는 해학으로 또 선의로 또 용서하듯하이 인물들로 그는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다채로운 기마행렬에서는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뿐만 아니라 즐거운 인물도 나온다. 이 소설에서도 역시 우리는『희생자』에서 만난 메드베튜크라는 인물을 생각나게 하는 칼무코프라는 하얀 군대 장교이자 코사크군대의 대장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온전히 착한 인물인, 아이의 마음을 가진 거인 추린이나 “혀가 없는 인물”이라는 조용한 스트리치코프 라는 인물도 보인다.
바르디 옆에는 죽게 되는 카챠와 도스토예프키의 순정적 갈보 피자 말고도 새 인물인 여성이 나온다.
폴리에나 알렉산드로프나 라는 인물인데, 젊을 때 이상주의자-볼세비키였던 남편의 아내다. 나중에 그 남편은 죽게 된다. 그녀는 옴스크에 있는, 폴란드 태생의 김나지움 교사의 딸이다. 폴리에나는 바르디의 이상적인 짝이 된다. 그녀에겐 지성미와 감수성이 잘 어우러진다. 이 점은 주인공에게, 그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핵심에 대해서 마치 철학적인 대화를 선도해가는 주역으로 만들어 준다. 그들의 대화를 이 작품 발표 70년이 다 된 지금 다시 읽어도 진기하기만 하다.
볼셰비키 혁명이 발발하면서 탄생한 그 정부가 자신의 생명을 거의 다하고 있는듯한 지금, 감성적인 여성인 폴리에나 알렉산드로프나는 자신의 죽은 남편의 혁명적 이상에 동의하고 있지만, 혁명에는 언제나 동반하는 폭력을 견디어 낼 수 없다.
바르디는 그 혁명에 러시아 차르 주의가 실현하지 못했던 그 개혁을 통해 살 권리를 제시했음을 우리는 발견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러시아 혁명은 그런 힘에 대해 판단하기엔 너무 어리다. 그것을 입증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 혁명이 이 사회의 발전에 세우게 될 그 정당성이다... 아마 사람들은 20년이 지나야만, 그때 결국에는 그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시점이 오게 된다.”
오늘날. 지금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바기와 바르디가 기본적으로 옳았음을 알고 있다.
20년 뒤에- 그 잘못된 모스크바의 과정들로서- 단정적으로 분명히 알게 된 것은 러시아 혁명은 러시아 민족을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정체성 창조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왜 그 정치는 그렇게 오랫동안 살 수 있었을까? 그것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파시즘의 출현과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다. 그 안에서 스탈린의 괴물적인 국가가 “좋은 면에서” 싸워 승리했다는 것이다. 소비에트 제국의 여러 민족은 파시스트의 사칼의 손아귀에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 비정상적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는 것이다. 둘째로, 볼셰비키 운동은 인류가 수천 년간 꿈꾸어 사회정의의 건설에 대한 사상을 선언하였지만, 그로 인해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인류 상당수가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들었다. 지성인 세계에서는 전혀 한 번도 사회적 근거를 갖지 못하는 파시즘과는 달리,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전 세계적으로 아주-아주 많은 지성인에게 관심을 갖게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탈린주의 정치의 나폴레옹 같은 지도자들이 저지른 가장 큰 역사적 죄과는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학살뿐만 아니라- 필시 정치적 좌파를 위험에 빠뜨렸고, 그들은 진정으로 정당한 인류 사회의 실현을 위한 꿈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유토피아의 개념-상자 안으로 적어도 수십 년간 내몰았던 것이 그것이다.
바기와 바르디는 의심에 여지없이 그런 러시아의 노력에 공감을 표시했다. 물론, 휴머니스트로서 그들 혁명이 가져다주는 폭력성에 대해 고발정신을 보였다. 그의 두 작품에서 방대하게 하얀 군대가 자행한 무의미하고 악의적인 잔혹 행위들을 방대하게 드러냈지만, 볼세비키가 저지른 부정적 역할에 대하여는 아주 간혹 나온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당시 살았던 거의 모든 유럽의 유명 지성인들도 그 사회의 잔혹한 부정의를 말하는데는 다소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들 지성인들은 러시아 혁명에서 인류가 뭔가 새로운 서광을 보기를 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작가 율리오 바기가 처음으로 그 수많은 과오를 지적했다는 점은 기록할 만하다,
하지만 고대하던 메시아가 온다고 믿는 그의 염원은 그를 완전히 객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것을 방해했다. 러시아 시민전쟁을 소재로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가장 진실적이고 가장 실제적 작품이라고 본다.
러시아 역사의 그 비극적 시대를 그린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강하게 개입된 -볼셰비키이거나 반볼셰비키적 관점의- 작품들이 주로 많다. 즉 볼셰비키나 반(反) 볼셰비키에 대한 저작들이다.
『희생자』나 『피어린 땅에서』에서와 좀 유사한 분위기를 그린 작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헝가리 감독 미클로스 안츠코Miklos Jancso의 작품 “국제주의자”라는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다. 그 분위기의 유사성은 그렇게 괄목한 것이라서 『희생자』나 『피어린 땅에서』의 원작(번역서) 표지를 그 영화의 한 장면에서 가져 왔음을 밝혀 둔다.
작가 율리오 바기는 에스페란토 문학의 가장 뛰어난 작가라고는 평하지 못할지라도 -그 점을 지난 수십 년간 복수의 박학한 연구들이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고유한 관점을 갖고, 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그 논지를 밝혀 왔다.
그는 타협에 여지없이 예술 앞에서는 인생의 프라이오리티를 예시하고 있다. 이로서 비호감과 무관심을... 그의 시베리아 관련 소설들도 그의 그런 원칙들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작품이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에스페란토 문학은 그 작품들이 있음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