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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651041
· 쪽수 : 148쪽
목차
01. 필통
02. 동화극장
03. 스지 공원(보문산 공원)
04. 개를 맡아줘
05. 나의 귀신에게
06. 오후
07. 삼화맨션
08. 물의 호텔
09. 나머지
10. 놀이터
11. 옆집 애, 인희
12. 가죽
13. 스노우볼
14. 물품보관함
15. 뉴스
16. 세모
17. 침엽수림
18. 극에서
19. 풍장
20. 증명들
21. 사회적 거리두기
22. 함부로 하지 마세요
23. 시인들
24. 일식
25. 홍원항
26. 개를 맡아줘
27. 안테나
28. 나무의 엄마
29. 케이티
30. 어떤 가을
31. 안개2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인의 조각과 일상. 그의 에세이
시인들은 나의 형광등을 껐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밝혔다. 우리는 조용한 조명 앞에서 조곤조곤 얘기했다. 시인들은 나의 형광등을 껐다. 껌껌한 주방에서 우리는 채소를 썰고 와인을 마셨다. 시인들은 나의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았다. 시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시인들은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시인들은 각자 과거의 사랑을 고백했다. 시인들은 듣고 잊었다. 서로의 문운을 빌었다.
-<시인들> 중에서
당신은 아직 그곳에 있습니까
위층에서 치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낮이면 띵동땡똥 두드리던 피아노 소리. 요즘엔 왜 안들리나 궁금했는데 그 피아노는 여전히 거기 있구나. 이웃은 여전히 거기 있었구나 그런 안도감.
얼마 전, 소제동에서 퍼포먼스를 하면서 빨간 실을 이었다. 나무에서 사람에게 안테나에서 또 나무에게 사람과 나무에게 실을 감고 안아주었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행위가 뭔지 모르겠지만, 왜 사람들이 저기 서서 나를 보고 있고, 왜 카메라가 나를 찍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거기서 이 퍼포먼스의 주제인 떠돌이 행성을 생각했다.
이건 저쪽에서 온 메시지다.
이제는 아무것도 수신하지 않는 낡은 안테나에다 시를 써서 걸어두는 동안, 붉은 실을 감아두는 동안, 나는 저 멀리서 움찔움찔 오는 외로움을 받아적느라 집중해야 했다.
-<안테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