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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풀은 나의 힘

보풀은 나의 힘

박송이 (지은이)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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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풀은 나의 힘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보풀은 나의 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1915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4-20

책 소개

애지시선 114권. 박송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번 시집은 존재론적 절망감 혹은 시적 강박에서 벗어나 주체적 자아로 새롭게 태어나 내면의 빛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시집과 차별성을 갖는다. 삶의 허기와 절망, 생래적 아픔과 연민의식을 그리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긍정의 힘으로 성찰하고 사유하는 시선으로 확장해 나간다.

목차

제1부
보풀은 나의 힘/ 엔딩 크레딧 석양이 다 내려갈 때까지/ 배웅/ 수액/ 설거짓거리/ 저울질/ 자장자장/ 높은 파도가 치는 푸르빌/ 합선/ 김밥/ 새떼에게/ 촌년/ 수지침/ 명랑핫도그/ 조문/ 잔기침
제2부
구름 세차장/ 수제비/ ㅅ/ 널 키워준 아빠/ 공유/ 동짓달/ 향해/ 외달도/ 플라세보/ 자긴 점점 개미 색을 닮아가/ 뜰채의 힘/ 바라나시/ 우이행/ 건망증/ 신앙
제3부
당근마켓/ 옥상/ 반석네거리/ 파란/ 투명한 바늘/ 휘모리장단/ 월급/ 전쟁/ 벤자민/ 동주/ 등잔불/ 안복진/ 나비잠/ ㄴ/ 각질/ 안압지
제4부
씻나락/ 외갓집/ 그 많던 구기자는 누가 다 땄나/ 청양 1/ 청양 2/ 울린 감/ 서리태/ 동상/ 상추/ 오래된 풍경/ 홍어 무침/ 조개껍데기/ 색칠 공부/ 사랑의 단상/ 단추통/ 송년회 공지

저자소개

박송이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1년 인천에서 태어나 순창에서 자랐다.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 『조용한 심장』, 『나는 입버릇처럼 가게 문을 닫고 열어요』『보풀은 나의 힘』과 동시집 『낙엽 뽀뽀』를 냈다. 대산창작기금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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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굽 나간 구두라거나
헌옷수거함 보풀이라거나
금 간 사이 비단풀이라거나
우리가 이따위일 때
아무도 우릴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린 하찮고 시시하여
날마다 배가 고프고
날마다 끼니로
질투를 먹습니다

어떤 날엔 두 끼니
어떤 날엔 세 끼니
먹고 또 먹는데
참 신기합니다
때울수록 허기가 지는
이상한 식사법이니 말입니다

아무리 쥐어 본들
부들부들 주먹이 허공을 쥡니다
폐건전지 공복감으로 펼쳐지는
이상한 손의 습성

미친 듯이 질투를 구걸하느라
정작 빈 밥그릇에
동전 한 닢 떨구지 않고
휙휙 지나쳐 버린 금 간 사이

굽 나간 구두와
뭉쳐진 보풀과
비단풀을
빈 손바닥에 올려두고

그 무용한 풀떼기들을
정말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온기가 사라진
그러나
여전히 바스락거리는
보풀의 힘으로
꾹꾹 끄적이기 위하여

헌옷수거함에서
스웨터를 도로 꺼냅니다
- � 「보풀은 나의 힘 ― 기형도 시인」 전문


한 번도 숨 쉬는 일이
만만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어느 땐 숨이 막혔고
어느 땐 숨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숨을 잃어버린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알기에
꾸역꾸역 먹고 게워냈습니다

은행 의자에서 번호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먼 데 숲이 붉어지고 있었습니다

멧새야,

이 숨 쉬고
다음 숨이 펼쳐지도록
우리가 애타게 구한 건 무엇이었을까

허공 난간을 가르던
멧새는 날개를 접고
무료로 상영하는
석양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 석양이 다 내려갈 때까지
- 「엔딩 크레딧 석양이 다 내려갈 때까지」 전문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일 때
무너져 내리는
빗줄기를 맞습니다

빗줄기를
밧줄로
고쳐 읽는 동안

거짓말처럼 빗줄기가
그칩니다

이 빗줄기가
내 것만이 아니듯
무너질 것 같은 이 마음도

거짓말처럼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 「뜰채의 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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