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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1915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4-20
책 소개
목차
제1부
보풀은 나의 힘/ 엔딩 크레딧 석양이 다 내려갈 때까지/ 배웅/ 수액/ 설거짓거리/ 저울질/ 자장자장/ 높은 파도가 치는 푸르빌/ 합선/ 김밥/ 새떼에게/ 촌년/ 수지침/ 명랑핫도그/ 조문/ 잔기침
제2부
구름 세차장/ 수제비/ ㅅ/ 널 키워준 아빠/ 공유/ 동짓달/ 향해/ 외달도/ 플라세보/ 자긴 점점 개미 색을 닮아가/ 뜰채의 힘/ 바라나시/ 우이행/ 건망증/ 신앙
제3부
당근마켓/ 옥상/ 반석네거리/ 파란/ 투명한 바늘/ 휘모리장단/ 월급/ 전쟁/ 벤자민/ 동주/ 등잔불/ 안복진/ 나비잠/ ㄴ/ 각질/ 안압지
제4부
씻나락/ 외갓집/ 그 많던 구기자는 누가 다 땄나/ 청양 1/ 청양 2/ 울린 감/ 서리태/ 동상/ 상추/ 오래된 풍경/ 홍어 무침/ 조개껍데기/ 색칠 공부/ 사랑의 단상/ 단추통/ 송년회 공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굽 나간 구두라거나
헌옷수거함 보풀이라거나
금 간 사이 비단풀이라거나
우리가 이따위일 때
아무도 우릴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린 하찮고 시시하여
날마다 배가 고프고
날마다 끼니로
질투를 먹습니다
어떤 날엔 두 끼니
어떤 날엔 세 끼니
먹고 또 먹는데
참 신기합니다
때울수록 허기가 지는
이상한 식사법이니 말입니다
아무리 쥐어 본들
부들부들 주먹이 허공을 쥡니다
폐건전지 공복감으로 펼쳐지는
이상한 손의 습성
미친 듯이 질투를 구걸하느라
정작 빈 밥그릇에
동전 한 닢 떨구지 않고
휙휙 지나쳐 버린 금 간 사이
굽 나간 구두와
뭉쳐진 보풀과
비단풀을
빈 손바닥에 올려두고
그 무용한 풀떼기들을
정말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온기가 사라진
그러나
여전히 바스락거리는
보풀의 힘으로
꾹꾹 끄적이기 위하여
헌옷수거함에서
스웨터를 도로 꺼냅니다
- 「보풀은 나의 힘 ― 기형도 시인」 전문
한 번도 숨 쉬는 일이
만만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어느 땐 숨이 막혔고
어느 땐 숨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숨을 잃어버린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알기에
꾸역꾸역 먹고 게워냈습니다
은행 의자에서 번호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먼 데 숲이 붉어지고 있었습니다
멧새야,
이 숨 쉬고
다음 숨이 펼쳐지도록
우리가 애타게 구한 건 무엇이었을까
허공 난간을 가르던
멧새는 날개를 접고
무료로 상영하는
석양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 석양이 다 내려갈 때까지
- 「엔딩 크레딧 석양이 다 내려갈 때까지」 전문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일 때
무너져 내리는
빗줄기를 맞습니다
빗줄기를
밧줄로
고쳐 읽는 동안
거짓말처럼 빗줄기가
그칩니다
이 빗줄기가
내 것만이 아니듯
무너질 것 같은 이 마음도
거짓말처럼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 「뜰채의 힘」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