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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91766851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1-09-15
책 소개
목차
서문. 이 세상 마지막 아날로그 어린이
Part 01. 세기말 키드
- 환호 주공아파트
“열쇠 없어서 집에 못 들어가요.”
- 종이인형 원정대
“많은 종이인형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더 갖고 싶었다.”
- 똥 싼 아이
“똥은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것!”
- 초가삼간
“이불을 들추면 밥그릇도 있고 콩나물시루도 있었다.”
- 정지와 아궁이
“내가 아궁이에 불 붙여본 어린이다. 이거야.”
- 32동 401호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의 전형적인 집”
- 아침 조회
“너네처럼 엉망인 놈들 첨 본다!”
- 선물
“납작한 박스를 뜯는데 손이 살짝 떨렸다.”
- 나무 타기
“소녀라면 나무부터 잘 타고 볼 일.”
- 옥수수 인형
“어린이는 역시 대단하다.”
- ADHD 어린이
“잠시라도 가만히 있어봐라.”
- 문방구의 늪
“외상으로 줄까?”
- 채변검사
“사람들은 똥 얘기를 좋아하는구나!”
- 집 전화
“폰팅 하실래요?”
- 혼자 집 보기
“혼자 있으니 너무나 즐거워요~”
Part. 02 세기말 틴에이저
- 삐삐- 삐삐-
“친구가 가져왔던 작은 삐삐는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 박진영과 누드 사진
“박진영의 비닐바지, 노팬티 바지, 망사 셔츠”
- 펜팔
“잡지를 보면 뒤에 반드시 펜팔 코너가 있었다.”
- 핸드폰
“핸드폰이 내 손에 생기자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 P.S.B 와 S.B
“오빠들은 모두 암호를 붙여 불렀다.”
- 브랜드
“대부분의 아이들이 게스나 인터크루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 젝스키스(상)
“재덕오빠 제발 답장해주세요.”
- 젝스키스(하)
“두 번의 덕질을 젝키를 위해 바쳤고 행복했고 또 불행했다.”
- 힙합바지
“저게 뭐고, 똥 싼 바지 아이가?”
- 만화
“도서대여점의 전성시대이자, 마지막 시대”
- 교회동생
“영도는 잘생긴 얼굴과 달리 순진하고 다소 어리숙했다.”
- 미술 시간
“나는 특별해지고 싶었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 땡땡이
“나만 이렇게 방탕하게 즐기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이 났다.”
- 잡지의 시대
“세기말의 어떤 것은 그립지 않다. 하지만 이건 정말 그립다.”
Part 3. 세기말 단상
- 항구국민학교
- 흙장난
- 그네타기
- 문방구
- 쥬쥬
- 인형 옷
- 하트베어
- 더위 극복
- 열쇠
- 복날
- 취권
- 피아노 학원
- 비디오 가게
- 매
- 내 방
- 라디오
- 분신사바
- 서태지와 아이들
- 스티커 사진
- 육공 다이어리
- 키티
- 건담샵
- 공책 소설
- 노래방
- 하두리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당시 종이인형은 정말 현란했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은 모두 파란색이었고 머리는 금발 아니면 오렌지색이었다. 옷은 모두 색깔이 달랐다. 빨간 블라우스에 파란 레이스 치마, 어깨가 커다랗게 부푼 보라색 드레스, 구두는 빨간색이었다. 멜빵바지 같은 일상복도 약간 들어 있었다. 가끔 한복도 들어 있었는데 팔레트에 있는 색을 다 갖다 쓴 듯한 총체적 난국이었다. 화려한 머리와 옷과 달리 인형들의 포즈는 모두 다소곳했다. 모두 부드러운 눈빛에 다정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손은 앞으로 모으거나 한쪽으로 들어올렸다. 다리 역시 모으거나 옆으로 살짝 구부렸다. 어른의 눈에는 조잡하고 우스웠겠지만 일곱 살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 「종이인형 원정대」 중에서
삐삐…! 중학생이 삐삐를 사다니! 그때까지 나는 삐삐라는 것이 뭔지는 알았지만 내가 가져본 적은 없었다.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 했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삐삐란 모두 커다랗고 네모난 투박한 디자인에 시커먼 색상이었다. 아주 바쁜 직장인들이나 병원 의사, 간호사들만 쓰는 줄 알고 있었다. 중학생이 삐삐를, 그것도 자그맣고 빨간 투명 삐삐를 가져오다니. 정말 충격이 컸다.
충격이 큰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걸 본 아이들은 집에 가 부모님에게 너도 나도 삐삐를 사달라고 졸랐고, 삐삐를 가져온 친구는 선생님과 학부형들에게 심하게 혼이 났다. 심지어 그 친구 집에 직접 전화를 해서 혼을 낸 학부형도 있었나 보다. 어린애가 왜 삐삐 같은 어른들 물건을 학교에 가져와서 다른 애들 샘이 나게 하고, 나쁜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삐삐를 사줬던 그 친구의 엄마도 화가 나서 ‘내가 내 딸 사준 건데 당신들이 왜 그러냐’고 하며 서로 싸우기도 한 모양이다. 그 정도로 그 친구가 가져왔던 작은 삐삐는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 「삐삐- 삐삐-」 중에서
잡지를 보면 뒤에 반드시 펜팔 코너가 있었다. 펜팔 코너에는 이름과 나이, 성별, 취미, 특기 등이 적혀 있었고 주소가 함께 나와 있었다. 친구를 원하는지, 애인을 원하는지, 오빠를 원하는지(?)까지 적혀 있다. 취미는 한결같이 다들 독서나 음악 감상이라고 썼다. 펜팔 코너는 당시 잡지라면 아이 가 보는 것이나 어른이 보는 것이나 다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뭘 믿고 남한테 주소를 알려주는지 소름이 쫙 끼칠 일이다.)
나는 그 코너를 보고 프로필이 마음에 드는 애들에게 편지를 보내곤 했다. 예쁜 편지지를 사고, 자기소개를 정성껏 했다. 사진을 같이 보낸 적도 있다. 대부분 답장이 왔던 것 같다. 편지는 오래 이어지기도 하고, 한두 번으로 끝나기도 했다.
--- 「펜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