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1803358
· 쪽수 : 484쪽
· 출판일 : 2024-10-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005
1장 전조 … 027
2장 이변 … 091
3장 분열 … 129
4장 증식 … 171
5장 발증 … 209
6장 진행 … 255
7장 확산 … 297
8장 소멸 … 363
에필로그 … 443
리뷰
책속에서
‘곰 사냥꾼이 곰에게 사냥당한다’라고 하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정신과 의사가 정신병에 걸린다’고 하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정신과 의사가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어느 대학교수가 진료실 창문에서 뛰어내렸다느니, 자기 병원 의사가 존재하지도 않는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느니 하는 소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사야마 세이타는 자신의 집을 감시하는 여성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가가조 의과대학 부속병원 정신과에서 환자를 진료한 지 23년. 낯선 사람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며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는 말을 들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확신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전문가가 이런 짓을 해도 좋은지 불안해하며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았다. 아프다. 신경계 이상 무. 기왕력(旣往歷), 약물 복용력 모두 없음. 자신이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저 여자는 정말로 기사야마의 자택을 감시하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으리라.
승합차는 자연공원 입구 앞, 도로 건너편 갓길에 세워져 있었다. 기사야마의 집에서 5미터 거리다. 그곳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주 가는 편의점이 있다.
기사야마는 편의점에 딸린 유리창 달린 흡연실에 들어가 킹배트 담배를 꺼냈다.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서 승합차 사이드미러를 응시했다.
여자는 검은 승합차 운전석에서 거리의 볼록 거울을 통해 기사야마의 집을 감시하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매우 칙칙한 스톨을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쥐색, 아니, 물에 젖은 코끼리 색이라고 해야 할까. 귀에는 넥밴드형 이어폰, 목에는 DSLR 카메라. 주간지 기자인가, 아니면…….
역시 사이드미러에 비친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기사야마는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를 머릿속에 새겨넣고 흡연실에서 나왔다. 문을 두드리면 냅다 도망쳐버리겠지. 마음을 다잡고 보닛 앞으로 돌아가려고 한 그때.
아버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어떻게 해야 좋았을까.
기사야마로서는 알 수 없는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었다.
아무리 행복한 가정도 단 하나의 작은 균열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고 1년 후, 열한 살의 나이로 아동보호시설에 들어간 기사야마는 혼자서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 열여덟 살에 가가조 의과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한 후 장학금으로 대학에 다녔고, 6년 후에는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오히려.
기사야마는 그 교훈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