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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40100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안산 자락길 메타세쿼이아 군락지
샌하신토 꼭대기
배터리파크시티 산책로
종묘 정전
구례 천은사
베를린 필하모니콘서트홀(과 국립도서관)
더 스탠더드호텔 루프탑 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하여
소리를 위한 공간
숨겨진 공간
고립된 사물, 응축의 공간
기다림의 공간
오래 살아낸 사물
가치 없는 공간
검이불루 화이불치
크고 우람한 나무
부록
성격을 바꿔야 하리라!
우리 각자 자신의 여지를
코로나 19, ‘사이’라는 이름의 공간
어떤 사람이 살아온 방식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집은
안을 지키는
견고한 성城.
도적과 강도와 무례한 이가
침범할 수 없는 곳.
세계의 모든 바깥은
안의 응낙 없이
들어갈 수 없는 곳.
집은 오직
안의 환대로 열리는
문을 통해 들어가는 곳.
그로써
모든 존재 혹은 사물이
제 자리에
제 형식으로 머무는 곳.
그렇게 홀로 존재하는
사물들 혹은 존재들이
간격을 건너는
그런 장소.
혹은 공간.
집은
타자를 중심에 두고
타자를 환대하는 곳.
내 안의 타자,
내 밖의 타자,
집 안의 타자,
집 밖의 타자,
세계 안의 타자,
세계 밖의 타자,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타자를 만나는 곳.
첫째 문은 내 얼굴.
내밀거나 거두어들이는
초대장
혹은 명함.
문손잡이는
타인과 나누는 (첫) 악수.
둘째 문은
선한 것을 가리는
벽사?邪의 사천왕문.
“깊고 묘한 이치에 드는 관문”
혹은 “참선으로 드는 어귀”
현관은
세상 먼지 털어
마음 한 줌 챙기는 곳.
계단은
이카루스 날개.
땅과 하늘을 잇는
야곱의 사닥다리.
삶과 죽음을 잇는
오리
혹은 새.
침실은
부활을 꿈꾸며 죽음을 연습하는
무덤
혹은 관.
세신洗身과 세심洗心을 도모하는
욕실은
원시의 순수로 회귀하는
제의祭儀 공간.
집은
하나의 도시.
길과 광장과 집(방)들이 구조를 이루는 곳.
공간의 깊이와 형식의 완전성이
내밀성과 외밀성, 어둠과 밝음, 정靜과 동動, 열림과 닫힘, 불과 물,
그리고 자연의 우발성이
사려 있게 짜인 곳.
집은
하늘과 땅의 매개자.
땅에 뿌리내려
하늘로 치솟는 나무.
합리가 낭만으로 상승하고
낭만이 합리로 하강하는 곳.
잴 수 있는 공간으로
잴 수 없는 공간을 담는 곳.
집은
부활의 장소.
절대 평화와 기쁨 속에
아이로 돌아가는 곳.
계절의 변화와
무시간 속에
유위와 무위가 자유로이 끼어드는 곳.
생명과 자연이 접속하는 곳.
온 존재를 살리는 곳.
우리는 지금
집에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