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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92149073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2-02-0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리어 왕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셰익스피어 가계도
장미전쟁 역사극의 가계도
영국 왕가 족보
책속에서
개인적 선에 가장 긴요한 미덕은 강력한 의지다. 개인적인 도덕적 이상이 확고하지 못하면 진정한 인격은 함양될 수 없다. 리어 왕의 박약한 의지와 맹목적인 아집은 선의 힘을 쇠퇴시킨 동시에 악의 유발을 촉진시켰고, 비극의 전주곡이 되었다. 이처럼 선이 악에 의하여 압도당하고 큰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스윈번은 리어 왕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숙명적 운명론을 강조했고, 브래들리는 비관론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리어 왕>의 세계는 비극적 신음 소리가 광풍에 섞여 들리는 어두운 밤이기는 하지만 <오셀로>의 캄캄한 밤과 달리 찬란히 별이 빛나는 밤인 것이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코델리아, 켄트, 에드거, 바보광대 등의 별이 높이 솟아 반짝이는 것을 본다. 리어 왕의 광증은, 그가 모순된 현실을 깨닫고 불완전한 자아를 확인했을 때 그 모순과 불완전성을 탐색하려는 신비한 노력이었다. 리어 왕과 코델리아가 순수한 사랑만으로 결합되기 위해 궁극의 힘은 온갖 희생을 강요했다. 그것은 선한 행위를 위하여 선 자체가 악으로 인해 겪는 고뇌와 같으며, 그 고뇌를 딛고 환희에 이르려는 눈부신 고투였다. 이 같은 고투가 있을 때 비로소 선 의식이 확고해진다.
궁극의 힘은 인간에게 시련을 안기며 숱한 싸움에서 패하게 하고 숱하게 많은 선한 인간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의 힘이 존재하는 것은 선의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서다. 궁극의 힘은 인간에게 불안, 공포, 고통을 주면서 인간을 각성시킨다. 궁극의 힘은 인간으로 하여금, 여자의 정절을 믿어야 하는가(<햄릿> <오셀로>), 정치의 도의적인 결백성은 과연 있는 것이냐(<줄리어스 시저>), 여자들 간의 화합은 가능한가(<리어 왕> <아테네의 타이몬>) 등의 허다한 의문을 갖게 하여 인간을 시련 속으로 몰아 넣는다.
따라서 비극작품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고통을 부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코델리아의 죽음은 이 궁극의 힘이 상징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표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선과 악의 투쟁 속에서 희생되는 코델리아의 죽음은 ‘세계의 해체와 붕괴’라는 이 작품의 주제를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고통을 통해서 리어 왕이 정화되고 그의 비극적 위대성이 회복되는’ 상대적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코델리아의 죽음은 해체와 붕괴를 통한 생의 완성일 수 있었던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리어 : 이 훌륭한 왕국의 나머지 광대한 삼 분의 일은 넓이로나 가치로나 기쁨을 주는 일에 있어서 결코 고네릴에게 준 것 못지않다. 이 땅을 너와 네 자손들에게 물려주마. 막내이긴 하나 언니들 못지않게 나에게 기쁨을 안겨다 주는 코델리아, 포도밭을 많이 가진 프랑스 왕도, 기름진 목장을 가진 버건디 공도 너의 애정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마는, 언니들의 땅보다도 더 큰 세 번째 영토를 너의 소유로 하기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말해보렴.
코델리아 : 할 말이 없습니다.
리어 : 없다고?
코델리아 : 없습니다.
리어 : 말이 없다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다시 말해보라.
코델리아 : 불행하게도 저는 진심을 입 밖에 낼 줄 모릅니다. 자식의 도리로서 효성을 다할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저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리어 : 코델리아! 어떻게 그따위 소리를 감히 할 수 있느냐? 너의 행운에 금이 갈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말해보아라.
코델리아 : 아버님, 아버님은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사랑해주셨습니다. 마땅히 그 답례를 올리는 것이 저의 의무입니다. 아버님께 복종하고 아버님을 사랑하며 아버님을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정말 아버님을 그토록 사랑한다면, 어째서 남편을 얻었단 말입니까? 저도 만약 결혼을 한다면, 아마도 저의 배우자인 주인께서 제 애정과 관심과 의무의 반은 빼앗아갈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절대로 언니들같이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아버님께 효도를 다하기 위해서라면.
리건 : 그만하세요, 그런 실없는 모습은 추해서 차마 못 보겠어요. 제발 언니한테로 돌아가세요.
리어 : (벌떡 일어나며) 리건, 난 절대로 안 가겠다. 그년은 내 시종들을 반으로 줄였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지. 나에게 마구 욕설까지 퍼부었다. 그년의 혓바닥은 마치 독사처럼 내 가슴을 휘감았어. 하늘에 쌓인 온갖 복수여, 은혜도 모르는 그년의 뻔뻔스러운 낯짝 위에 쏟아져라! 질병의 독기여, 그년이 품고 있는 태아의 뼛골을 쳐서 절름발이로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