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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한국철학 > 퇴계/율곡
· ISBN : 9791192404820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08-23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 4
서(序) • 12
제1장 입지(立志; 뜻을 세우다) • 19
제2장 혁구습(革舊習; 낡은 습관은 고쳐야 한다) • 27
제3장 지신(持身; 나의 몸을 처신하는 방법) • 33
제4장 독서(讀書; 학문을 하는 방법) • 49
제5장 사친(事親; 부모님을 섬기는 방법) • 59
제6장 상제(喪制; 상례에 관한 절차와 법도) • 69
제7장 제례(祭禮; 제사를 모시는 절차와 법도) • 83
제8장 거가(居家; 집안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 • 93
제9장 접인(接人; 사람을 대하는 예절) • 107
제10장 처세(處世;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 119
附 제의초(祭儀鈔; 제사하는 의식을 가려 뽑은 글) • 127
『격몽요결(擊蒙要訣)』 정조의 서문(序文) • 184
격몽요결 자료 • 190
율곡 이이의 생애(연보)와 관직 • 194
책속에서
서문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에 힘쓰지 않는다면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 이른바 학문이란 것은 이상하거나 별다른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아버지가 되어서는 마땅히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되어서는 마땅히 부모에게 효도하고, 신하가 되어서는 마땅히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부가 되어서는 마땅히 분별이 있어야 하고, 형제간에 있어서는 마땅히 우애가 있어야 하고, 젊은이는 마땅히 어른을 공경해야 하고, 친구 사이에는 마땅히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상의 모든 일은 각각 그 일에 따라 마땅하게 해야 할 뿐이니, 현묘한 것에 마음을 두거나 기이한 효과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학문에 힘쓰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막히고 학식과 견문이 좁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책을 읽고 이치를 궁구하여 마땅히 행할 도리를 밝힌 뒤에야 학문의 바름을 얻어 깊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고 실천함에도 바른 도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학문이 일상생활에 있는 줄도 모르고 높고 멀어서 행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학문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스스로 자포자기함을 편안히 여기니, 이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황해도 해주의 남쪽에 거처를 정하자 한두 명의 학생이 찾아와 배움을 청했다. 나는 그들의 스승이 될 만한 자질이 없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또한 처음 학문하는 사람들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그 방향을 알지 못하고, 또 견고한 뜻이 없이 그저 아무렇게나 이것저것 배우게 되면 피차간에 도움 됨이 없고 도리어 남의 비웃음만 사게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간략하게 한 권의 책을 써서 대략 뜻을 세우는 법, 몸가짐을 단속하는 법, 부모님을 봉양하는 법,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서술하고 이를 『격몽요결』이라고 이름하였다. 이에 배우는 학생들로 하여금 이것을 보고 마음을 씻고 뜻을 세워서 즉시 공부에 임하게 하고, 나 또한 오랜 습관에 얽매어 있던 것을 근심했는데, 이것으로 스스로 경계하고 반성하고자 한다.
이처럼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은 수신서이자 인성교육 교재이다. 우리는 『격몽요결』을 통해서 항상 ‘경건하고 진지하고 겸손하게’ 일에 응하고, 항상 마음을 점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역자는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의 요체는 AI, 메타버스시대에서도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즉 이것은, 21세기의 사회가 바라는 훌륭한 인격을 지닌 인간은 『격몽요결』에 근거한 수양공부를 통해서 배출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기질은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가변성을 지니기 때문에, 후천적인 수양과 공부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인간은 누구나 기질을 청수(淸粹)하게 변화시킴으로써 타고난 우주의 본체를 온전하게 보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유학은 궁극적으로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 즉 성학(聖學)이며 성인이 되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이상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유학은 도덕적 주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목적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셈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학에서는 인성교육과 수양공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땅의 초학자들이 부디 『격몽요결』을 통해서 마음의 안정과 위안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처음으로 배우는 사람은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반드시 성인이 되겠다는 뜻을 자신의 목표로 삼고서 털끝만큼도 스스로를 하찮게 여겨 물러서고 미루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대개 보통 사람도 성인과 그 본성은 동일하다. 비록 사람에 따라 기질이 맑고 흐리고 순수하고 혼탁한 차이가 있지만, 진실로 참되게 알고 참되게 행하여 그 낡은 버릇을 버리고 본래의 본성을 되찾게 된다면, 털끝만큼도 보태지 않아도 온갖 선(善)함이 다 갖추어질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도 어찌 성인되기를 스스로의 목표로 세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고 말씀하시며 늘 요임금과 순임금을 일컬어 선한 본성을 실제로 증명하면서 ‘사람은 모두 요순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어찌 우리를 속이시겠는가.
무릇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당연히 효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효도하는 사람이 매우 드문 것은 부모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경』에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 그 은혜를 갚으려면 하늘과 같아 끝이 없다.”라고 이르지 않았던가.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나 받은 생명과 혈육은 모두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이다. 그래서 숨을 쉬고 호흡하는 것과 기운과 맥박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 -(중략)-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부모님을 섬기는 시간이 오래일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식 된 사람은 반드시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 정성이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해야 한다. 옛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옛날 사람은 하루 동안 부모님 봉양하는 일을 재상의 벼슬과 바꾸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옛사람들이 시간을 아끼면서 부모님을 봉양한 것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