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638591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5-04-23
책 소개
목차
열차에서 쓰는 일기 7
차표와 고양이와 개 27
여행자의 모습 63
노래와 예감 97
시골 아이 125
나무 왕의 방 157
비밀의 마을Secret Village 185
작은 겨울 파티 21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읽어온 편지가 나로부터 쓰인 것임을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는 메타포이고 미결의 기호였지만 미결로 남는 슬픔이 있는가 하면 예상하지 못한 선물들도 있었다. 한낮처럼 떠나고 되돌아오는 온기들이 있었다. 전혀 달라지지 않는 건 없었다. 한때는 분명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순간 뒤에는 순간이, 시절 뒤에는 시절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쇠락한 거리는 쇠락 뒤의 모습들로 연결되었다. 나는 체념과 고집 사이를 오가면서 끈질기게 먼 곳과 먼 곳을 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나는 계속해서 나였고, 점점 더 내가 되었고, 그건 겪을수록 생각보다 아늑한 일이었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염원한다. 글을 쓰는 건 그 사실을 끝내 믿는 일이다.
기다림에 대해 쓰기 위해 나는 사랑을 떠올린다. 사랑에 대해 쓰기 위해 기다림을 떠올린다. 쓰기 위해 나를 보고 있다. 잊히지 않는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던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잊히지 않는 기억들은 정말로 있었다. 그중에는 계절 너머로 기울어지는 혼자만의 밤들이 존재한다. 고양이에게로, 개에게로, 가족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탔던 새벽과 밤 기차의 순간들이 거기에 있다.
나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듯 찬란하고 다정한 여름의 기억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가,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 다시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런 기억들은 지금도 나와 그곳을 연결하는 듯싶다. 그곳은 여행자의 밤 안쪽에 있다.
우리가 메타포라면 열차는 연결의 메타포이자 소멸의 메타포. 이곳에 있던 것이 열차의 속도만큼 빠르게 사라지고, 그다음이, 다시 그다음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그것은 다음으로,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탄생의 메타포이기도 할 것이다. 연결, 사라짐, 태어남, 연결, 태어남, 사라짐, 연결, 사라짐, 사라짐, 사라짐, 태어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