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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170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3-11-0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5
1부
기린의 법칙·15
어쩌다 시간 여행·16
룩북·18
광주와의 게임·20
야채의 시간·22
죽은 새를 바라보는 여름·24
낮달·25
생일·28
저녁에게는·30
묵은 수수께끼를 풀듯·32
루주와 인주 사이·34
덩굴손·36
양식·37
왜 그랬을까·40
모지랑이·42
2부
꽃둥지·47
저녁의 맛·48
봄을 늙게 하는 법·50
비만이 웃는다·52
마음의 거리·54
잉크·56
밀서·58
극지의 말·60
어름사니·62
유리창의 심리학·64
다이빙·66
고이고 드나들다·68
버스킹·70
허공 다이어트·72
그림자놀이·74
3부
감정의 대륙·79
실패 잔치·82
버뮤다는 범유다·84
점심(點心)·87
아도니스의 정원·90
불멍·92
불멍 이후·94
절경이 된다는 것·96
갈대가 붓을 들어·98
혼자만의 약속·100
꼬리로 말하기·102
저지레·104
형용사처럼·106
촉의 발달사·107
언캐니 밸리·110
4부
못대가리가 되어 잠시·115
색의 거짓말·116
시리야!·118
집현전은 없다·120
시인할 수 없는 것들·122
내 안의 새·124
오로라·126
물이 짖을 때·128
얼음의 연대기·130
머나먼 꼭짓점·132
끈의 사춘기·134
호더스증후군·136
온전한 반쪽·138
안녕, 눈사람·140
천국보다 낯선·141
해설 | 고봉준(문학평론가)
아토포스, 혹은 무위의 시학·143
저자소개
책속에서
질문이 기린을 낳고 대답은 점점 키가 자란다 다리가 긴 대답이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눈이 쳐다보는
곳을 발은 모른다 발이 눈에게 질문한다 너는 어떤 물음표냐고 눈이 발에게 대답한다 우리는 서로 관심사가 다
르다고 그게 기린의 법칙이라고,
기린의 목과 발이 길어진 것을 기린의 법칙으로 다 설명할 순 없다 그래서 질문이 물을 마실 때는 대답이 다
리를 벌려 주어야 한다 높은 산에 크레바스가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성큼성큼 시간의 발이 보이지 않는 것도 시간의 목이 너무 길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기린은 이유 없이 법칙을 만들지 않는다 기린의 키에는 이유가 없다 세상을 향한 물음이 너무 긴
것과도 상관이 없다 다만 어떤 질문도 대답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키가 자라고 한순간 우연한 한 쌍이 되어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갈 뿐이다
「기린의 법칙」 전문
내가 너에게 가기까지가 시간이다
너는 감자, 어쩌다 무지개
그러다 바람, 이럴 땐 적당히 꽃이라고 해두자
네가 나를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나를 모른다
그러므로 네가 내게 오기까지가 시간이다
나는 날마다 너를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난다
나는 여행을 떠나면서 누군지도 모르는 너에게
소크라테스를 사랑하는 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붙여준 이름을 붙여준다
아토포스,
아마도 이것은 너의 이름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너에게 가는 길을 알지 못하므로,
도처에 길이 너무 많다
아무 길이나 들어서서 너를 찾다가
깜박, 나를 잊는다
시간 여행을 하면 할수록
시간의 한가운데가 비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안에
생각이 없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빈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진리가 나를 깨웠다
빈 꽃병이 꽃을 유혹하듯
그 빈자리가 너를 꽃피게 했다는 걸 알았다
「어쩌다 시간여행 」 전문
새소리를 들으면서 구름을 본다
구름이 숨겨놓은 말
버려지며 낡아가며 편지가 되던 것들
제 몸의 중력을
남몰래 읽던 눈, 눈이 내린다
새소리는 새의 소리가 아니에요
구름을 들추다 보면 어떤 꽃이 피나요?
구름이 자신에게 무어라고 자꾸 중얼거리고
중얼거리며 편지가 되는 것들
남몰래 들추어 보는 손, 손이 없는 날
당신도 없고
더 이상 나를 부르지 마세요
나를 편지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동안 나를 읽으며 가던 것들을
더 이상 바람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내 안의 바람 쪽으로 느리게 내려오던 것들
내려와 글썽이던 것들
그동안 누구나 읽었지만
아무도 읽을 수 없었던 것들
이 편지를 당신에게 드릴게요
「밀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