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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9118654582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0-05-25
책 소개
목차
서문 / 세계 안의 우주적 질서에 존재하기
원로 시인 초대석 _ 하현식(베드로의 가을/칼
김지원
광야의 소리/여리고성에서/기드온의 잠언/입다의 말/룻기
시작 노트
나금숙
운디드니, 광주/너를 건너는 법/기도 레슨/메멘토 모리/도취에 대하여
시작 노트
박남희
내게 허락된 영토/열두 개의 돌/신을 벗는다는 것/나팔과 빈 항아리/갈래길
시작 노트
손진은 … 53
귀여운 여인의 초상/베들레헴으로 가는 두 여인/타작마당 보금자리/
심장이 가리키는 대로/우연이라는 말
시작 노트
양왕용
강하고 담대하라/여리고성/갈렙의 용기/삼손과 들릴라/보아스와 룻
시작 노트
이향아
땅의 경계/그 땅으로 돌아오다/왕이 없으므로/삼손이 하는 말/나는 두 여자를 알고 있지
시작 노트
정재영
담대함과 뻔뻔함/종점/폐허의 뜰에 핀 꽃/제초/흑점
시작 노트
조 정
그들이 가고 나는 시간을 열었다/시간을 얻은 여자/사발면을 먹는 입다의 딸/
딜라일라/거기 너 있었는가
시작 노트
주원규
찹쌀 한 자루/당신들은 지금/어르신 바위/제목 없는 詩/무지개의 뿌리를
시작 노트
권택명
소문-복음/종려나무-구원/무지無知-용서/상극相剋-후회/귀향-축복
시작 노트
김신영
2월의 강/북풍 너머 꽃다지/달그락/지독한 기술 버리기/저녁이 되면
시작 노트
김 석
발치에 눕다/아펜젤러 선교사/내촌감삼 기념교회/룻의 서원誓願 기도/굴광성에 대하여
시작 노트
시평 / 언약궤 메고 요단강을 건너며_ 이향아
12시인 주소록 … 215
저자소개
책속에서
존재하기 위하여, 하찮게 살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신앙 안에서 시를 쓴다. 일상생활은 각성을 어렵게 하고 안주하게 하지만 신앙인의 생활은 각성을 동반한다. 존재하기 위하여 오늘도 하찮은 이파리 속에 담긴 하나님의 우주적 질서를 들여다본다. 그 위대한 목소리를 듣는다. 거기에 하나님이 존재하시며 시인의 소명이 있다.
- <서문> 중에서
시의 서두, “입다가 입을 다물고 있다. / 꼭 무엇인가 / 말을 해야 할 시간에 / 말을 하지 않은 채 / 말을 아끼고 있다”가 천근의 무게로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거기 생략된 입다의 말과 입다의 무너지는 가슴과 입다의 눈물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지키지 못하는 약속들이 난무하고, 인간의 입으로 내뱉는 말 중에는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시인은 “누에는 쓴 뽕잎을 먹고 비단실을 토해 내는데” 인간은 향기로운 것을 먹고도 악취를 내뿜는다고 한탄한다.
인간의 사회에는 말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의미보다 그것을 싸고 있는 수식이 많다. 수식 중에는 거짓과 허영이 많다. 입만 벌렸다 하면, 책임을 질 수 없는 무서운 헛소리들이 소용돌이치는 세상이지만 아무도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지원은 “짐승들이야 / 몇 마디 언어로 / 평생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지만” 인간은 말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아니 말의 홍수 속에 살기 때문인지 말을 제대로 선택하는 데에 미숙하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말로도 부족하여 / 피 흘리기에 바쁜 타락한 시대”, 말이 오히려 살상의 무기가 되어 버리고, 잘못 뱉은 말이 폭력이 되기도 하고 겁박이 되기도 함을 걱정한다.
인간의 잘못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말로 짓는 죄인데도 내뱉으면 그뿐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다. 입다는 여호와께 무남독녀를 번제로 드린 후 말의 두려움을 알았을까, 말의 가치를 알았을까, 말의 영광을 알았을까. 김지원은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비약과 함축의 묘미를 보여 주었다. “네가 기생의 아들이냐 / 네 말이 옳도다 / 네가 잡류들의 두목이냐 / 네 말이 옳도다.” 차라리 입을 다물지언정 거짓은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다, 그 마음의 울림이 크고 당당하다.
- <시평> 중에서
입다의 말
김지원
입다가 입을 다물고 있다.
꼭 무엇인가
말을 해야 할 시간에
말을 하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아무도 자기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시대
지상에는 언어를 혼잡케 하는 형벌이 임하고
딸을 제물로 드리므로 약속을 지킨 입다는
드디어 경전이 되었다
짐승들이야
몇 마디 언어로
평생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지만
수많은 말로도 부족하여
피 흘리기에 바쁜 타락한 시대
누에는 쓴 뽕잎을 먹고 비단실을 토해 내는데
향기론 과실을 먹고도 쓴소리를 내는 것은
사술인가
아니면 사신 우상의 죄인가
네가 기생의 아들이냐
네 말이 옳도다
네가 잡류들의 두목이냐
네 말이 옳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