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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316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4-12-0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빅뱅 혹은·13
루시퍼·15
이기적 유전자·17
대홍수 이야기·19
바벨탑·21
마천루의 저주·23
갑골문자와 국경제사기도문·25
나비 효과·28
쿤타 킨테·30
아비 데라·33
아비와 아들·35
최초의 디아스포라·37
유대인·39
6일 전쟁·42
가나안·45
예루살렘 성전산·49
요셉·51
파라오의 꿈·54
고센 땅의 야곱 후손·56
하비루·59
모세·61
아부심벨 신전·63
엑소더스·64
광야에서·65
언약의 돌판·68
요단강을 건너·70
여리고 성전(聖戰)·72
헤렘·75
입다 딸의 아포리아·78
벧세메스 암소·80
판관시대를 넘어·83
다윗의 조가(弔歌)·86
인간 다윗·88
솔로몬의 영화·91
솔로몬 제국의 분열·93
여로보암의 길·95
메시아 예언·97
사마리아인·99
요시아와 율법책·101
예레미야 비가·104
예루살렘 성 함락·106
바벨론 강가에서·108
느부갓네살의 고백·110
고레스의 등장·113
시오니즘 태동·115
귀환 예루살렘·117
스룹바벨 성전·119
느헤미야의 성벽 재건·121
율법 공동체 출현·123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맞는 다리우스의 가족·125
헬라제국의 등장·127
성전에 세워진 제우스 상·130
칠십인역(Septuagint)·132
마카베오, 혹은 하누카·134
하스몬 왕가와 분파·136
하스몬 왕가의 영토 확장·139
다시 로마의 속주·141
헤롯 가문의 유대 지배·143
광야의 소리·145
차축시대·147
팍스 로마나·148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집 해설 들여다보기
“인간 본성의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김선주 문학평론가이상옥의 『휴먼 히스토리아』는 ‘사랑 이전’과 ‘사랑 이후’의 인류사에 관한 장대한 서사시다. 시인은 기원전(Before Christ), 즉 위대한 사랑과 헌신의 풍경이 도래하기 전 너무나 광활한 혼돈과 탐욕의 인류사에 귀를 기울인다. 약 60여 편의 장시는 우주의 탄생과 팍스 로마나의 풍경 속에 작은 씨앗처럼 담겨 있다. 따라서 시집 전체는 질서나 가치가 재구성되고 있는 시기인 빅뱅과 팍스 로마나가 마주본 형국이다. 이러한 시적 서사시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거대한 카메라 옵스큐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풍부한 상징과 알레고리의 바다에서 이미지가 윤슬처럼 떠오르다 차츰 존재와 시간의 형상을 획득할 때 장대한 히스토리 사진전 앞에 우뚝 멈춰 선다. 첫 장 「빅뱅 혹은」의 풍경은 일종의 바늘구멍이다. 그곳을 통해 실낱같은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우주의 경이로운 댄스타임을 선보이고 있다. 항성과 행성은 서로의 미학적 거리를 지키며 우아한 댄스테크닉(technic)을 자랑한다. 신의 손길이 태양계를 다듬을 때 사방으로 퍼져 나간 무수한 별 무리가 박수 세례를 쏟아낸다. 우주는 온통 위대한 손길의 흔적을 남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태양계 전체가 경이로운 인과관계 장치이기 때문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일 성실하게 각자의 궤도를 돌고 있는 천체의 놀라운 인과율 앞에 숙연함을 느낀다.
신이 손가락으로
튕겼을 법한
우주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지구와 태양
조금만 멀거나 가까워도
자전과 공전 각도
속도 또한 달라도
생물체는 심정지. 신의 창조가 아닌
물리법칙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스티븐 호킹의 말도
유영하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
메소포타미아 남부
수메르인들은
문자를 사용하며
점토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배수와 관개, 대수로가 뻗은
도시국가를 건설하면서도
- 「빅뱅 혹은」 부분
지구와 태양 혹은 은하의 수많은 태양계가 예리한 인과율의 모럴로 우주를 비행 중인 이때 인류 또한 각자의 시간 법칙으로 삶을 개척하고 있다. 저마다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행사하며 역사 지평의 한 구심점을 만들어 나간다. 인간은 어쩌면 대지에 뿌려지는 한 톨의 씨앗과 같은 존재이다. 한편, 신은 쉬지 않고 우주를 달리는 ‘창백한 푸른 점’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키운다. 위의 시 3행에서 7행과 16행에서 22행의 시구가 호응하며 이를 잘 드러낸다. 화자는 우주의 경이로운 자연법칙과 인간의 위대한 문명 건설을 대조하여 시적 긴장 형성에 성공하고 있다. 인류가 문명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하나의 풍경으로 시 전면에 나타난다. 시(詩)는 풍부한 서사적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며 우주와 인간의 장엄한 대화를 열어젖힌다. 잊힌 기원의 목소리와 숱한 문명의 흥망성쇠가 우주의 파동 운율을 실어 나른다. 인류는 언제나 신의 뷰파인더를 전하는 “에이전트”인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늘 신과 함께 살아왔다. 신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듬어가고 타자의 이야기를 침략해 왔다. 그런데 인류의 모든 이야기 원형은 ‘큰 죄’에서 발원하고 있다. 이를 시인은 성경의 창세기 텍스트를 통해 제시한다.
에덴동산을 만드시고
첫 사람에게
다스리게 하면서
모든 실과는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만
선악을 알게 하는
금단의 과일 나무 한 그루
로봇이 아닌 호모사피엔스
보암직도 먹음직도 하고
이름이 하늘에 닿을 듯하고
뱀이 옆에서 부추기는, 여자는 과일을 따먹고
남자에게도 건넸다
빚어진 자가 그분처럼
눈이 밝아져서
보지 않아도 좋을
보이는 것들로 가득한
안경알을 닦는 아침, “How art thou fallen from
heaven,
O Lucifer, son of the morning!” - 「루시퍼」 전문
우주와 지구가 질서에 눈을 뜬 이후 마침내 그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화자가 가리키는 “그분”과 “빚어진 자” 사이의 관계 틀이 어긋난다. 빚어진 자가 그분과의 약속을 깨고 “금단의 과일”을 입에 갖다댐으로써 “선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에덴동산에는 그분이라 불리고 있는 창조주와 빚어진 자인 피조물만의 질서가 세워져 있었다. 오직 ‘여자와 남자’와 ‘신’의 직접 관계가 만드는 질서와 윤리가 시공간을 떠받들고 있다. 즉 성스러움이 삶과 환경에 충만했던 것이다. 이것을 종교 사학자 엘리아데의 표현을 빌리면 연속적 지평의 세계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에덴을 상실한 후, 세상은 거룩한 장소와 속된 일상의 불연속적 지평으로 변한다. 이러한 실낙원 체험은 우리 마음속에 떠도는 에덴을 낳는다.호모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을 지닌다. 그렇기에 “로봇이 아닌 호모사피엔스”라는 시구에서 우리는 인간 본성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로봇과는 달리 감정과 이성을 지닌 인간의 지혜는 선과 악에 대한 인식에서 왔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죄업을 쌓아가며 살아야 한다. 인류가 원형적 아버지와 어머니에서부터 오늘날 “안경알을 닦는 아침”을 맞이하기까지 무수한 죄업의 순간이 지나갔다. 살인, 모략, 박해, 전쟁 등 수많은 권력과 폭력의 사진첩이 여기에 펼쳐져 있다. (하략)
아부심벨*은
천연 사암층을 뚫어서
건립됐다
람세스 이세 형상의
네 개 거상은
높이 이십이 미터
귀에서 귀까지 사 미터
입술의 폭이 일 미터
일 년에 두 번 태양광이
신전 안으로 비춘다
한 번은 람세스 이세의 생일, 또 한 번은 대관식날
백 명의 자녀를 둔
살아서도 죽어서도
신이고자 했던
람세스 이세에게도
이스라엘은 하비루였다
* 이스완 하이댐 건설로 인한 수몰 위험 때문에 안전 지대로 이전한 것으로도 유명. - 「아부심벨 신전」전문
아시리아가
신흥 강대국으로
뻗어 나가던 즈음
아람과 북이스라엘은
동맹을 맺고
남유다 왕 아하스는
아시라아에 의탁해
아람과 북이스라엘은
전격 남유다를 침공하고
아하스 왕과 백성은
사시나무 떨 듯
우왕좌왕
아람과 이스라엘 연합군은
이미 다 타고
끝부분에 연기만 나는
나무 막대기, 두려워 말고
아하스*에게
증표를 구하라는
선지자 이사야
아하스는
끝내 따르지 않고
친히 징조를 보이는
야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
* 아하스 왕은 아시리아 왕의 봉신이 되어 예루살렘 성전에 아시리아의 신을 끌어들임. ** 예수 탄생으로 성취(마태복음 1:23). - 「메시아 예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