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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어날까?

그는 일어날까?

정수남 (지은이)
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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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어날까?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는 일어날까?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879
· 쪽수 : 362쪽
· 출판일 : 2025-06-20

책 소개

표제작인 「그는 일어날까?」는 입시학원 강사 ’송주희‘가 대학 선배의 간곡한 부탁으로 만난 그녀의 오빠와의 이야기이다. 결혼에 딱히 관심이 없고 오직 문학에만 관심이 있는 노총각인 그는 철저한 마마보이다. 주희와 남자가 만남을 거듭하면서 서로 간에 삶의 방식과 인식에 변화가 일어난다.

목차

그는 일어날까? / 7
길과 길 / 53
든든한 집 / 81
수수께끼 / 117
정상청은 죽었다 / 149
미혹 / 191
부끄럽지 않은 사랑 / 219
서쪽 하늘, 붉은 노을 / 255
잃어버린 시간 / 281

해설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속에 아직 끝나지 않은 짝사랑 _ 임철균 / 327
작가의 말

저자소개

정수남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접목」 당선. 국학대(고려대 전신) 국문학과 졸업. 한국소설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이범선 문학상 수상. 창작집 『분실시대』ㆍ『별은 한낮에 빛나지 않는다』ㆍ『타성의 새』ㆍ『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ㆍ『시계탑이 있는 풍경』ㆍ『길에서, 길을 보다』ㆍ『앉지 못하는 새』, 『아주 이상한 가출기』, 『생명의 기원』, 장편소설 『행복아파트 사람들』, 시집 『병상일기』 등 출간. 현 ‘정수남 문학 공작소’ 대표.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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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선배의 부탁은 어려운 수학 문제가 틀림없었다.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였다. 하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말처럼, 같이 살면서 슬슬 풀어가면 풀지 못할 문제도 아니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어머니가 그를 기둥처럼 붙들고 살았겠어? 정말 나, 바보 아니야? 나는 비로소 내가 바보천치라는 걸 절감했다. 후회막급이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나는 선배에게 절반의 성공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답신은 기다리지 않았다. 이건 누가 봐도 실패한 게 아니니까.
이윽고 아파트 앞에 도착한 나는 힘껏 초인종을 눌렀다. 이 집이 이제부터 내가 살 집이라는 생각이 들자 색이 바랜 현관조차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기척이 없자 나는 다시 초인종을 힘차게 눌렀다. 몇 번이나 눌렀을까. 마침내 안에서 인기척이 조그맣게 들렸다. 누구, 누구세요? 나는 맥이 풀린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누군 누구예요, 송주희지요. 이제부터 오빠하고 평생을 같이 살 여자. 나는 그 말을 뱉고 혼자 그만 쿡, 웃고 말았다. 웃지 말아야 하는데도 웃음이 자꾸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소리가 마치 오래전에 예정되었던 일처럼 조금도 쑥스럽지 않았다. -「그는 일어날까?」 중에서


새잎이 돋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공원묘지 주변은 벌써 여름이 온 것 같았다. 때늦은 바람이 가끔 옷깃을 파고들었지만 그래도 오는 계절은 막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산소로 올라가면서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하필이면 이렇듯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이러다가 더 늙으면 혼자 걸어서 찾아올 수도 없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손에 삽과 음식 꾸러미를 든 남편은 앞장서서 올라가고 있었다. 구부정한 허리를 흔들거리며 걷는 남편의 모습이 마치 잘 마른 삭정이 같았다.
산소는 변한 게 없었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 양쪽 화병에 꽂아두었던 흰 국화가 마르고 시든 채 머리를 숙이고 있다는 것뿐, 봉분도 비석도 상석도 모두 물로 씻은 듯 깨끗했다. 한숨을 길게 토해낸 나는 멀리 내려다보이는 주차장을 살펴보았다. 주차장에는 검은색 승용차와 흰색 승용차가 한 대, 그리고 빈 트럭이 한 대 누워있을 뿐 조용했다. 주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남편의 얼굴을 살폈다. 산소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잡초를 뽑고 있는 남편의 얼굴에서는 그러나 초조한 빛 따위는 엿볼 수가 없었다.
주영이가 올까?
글쎄 기대하지 말라니까. -「길과 길」 중에서


딸이 오겠다는 연락을 할 적마다 나는 가슴이 뛰곤 하였다. 객지에 나가 있는 딸자식이 다녀가겠다고 하면 응당 반가워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았다. 왜, 또 무슨 일 때문에 온다는 걸까, 불길한 예감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상은 딸이 아파트 문을 들어설 때 이미 적중한 셈이었다. 딸은 숨넘어가지 않으니까 좀 앉아서 차근차근 얘기하라고 일렀으나 내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허리를 곧추세운 채 항상 하던 대로 그날도 본론부터 꺼냈다.
나, 이번에 결혼하기로 했어. 며칠 뒤에 인사시키러 그 사람 데리고 올 테니까 준비 좀 해줘. 보통 사람 아니니까 은미랑 아빠한테도 단단히 일러주고……. -「든든한 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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