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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93024775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4-07-2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지하생태학
이기적인 무리
사악한 사중주
현혹과 기만
오래 살다가 죽어 사라지길
에필로그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밤이 늦도록 남자는 새를 그리고 있었다.
부드럽게 휘어진 부리와 짧은 부채꼴 꼬리를 지닌 아름다운 새였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 부리와 꼬리는 거친 선을 겹쳐 휘갈긴 지저분한 스케치에 불과했지만, 노트의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그림은 눈에 띄게 또렷해졌고, 새에게는 생명력이 깃들었다. 가장 최근에 그려진 새들은 마디 마디가 자세히 그려진 발로 나뭇가지를 움켜쥐거나, 잉크로 된 새까만 날개를 퍼덕여 과시하거나, 혹은 자신의 오른편에서 막 새로 빚어진 동족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빤히 쳐다볼 수도 있었다.
로키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기가 무섭게, 거울 속 마모의 만면에 해맑기 짝이 없는 함박웃음이 떠올랐다. 솔직히 말해 반쯤은 거짓말이었음에도. 그야 도난 사건을 조사하는 데에 지하 세계 기자가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플리샌드 시사이드 호텔 뒷골목을 빠져나오던 도중 로키가 마음을 고쳐먹은 결정적인 이유는 그런 사소한 계산 따위가 아니었다. 마모의 배에 뚫린 상처의 깊이와 각도였고, 로키를 ‘조력자’라고 부르는 목소리의 대책 없는 뻔뻔함이었으며, 그 순간 살며시 고개를 치켜든 한 줄기의 호기심이었다.
“로키 씨, 솔직하게 답해 주세요. 생태계든 뭐든 다 떠나서, 이게 정말 가능한 건가요?”
여전히 진지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마모가 대뜸 물었다. 그 목소리가 로키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생각의 연쇄를 이어갔다. 미지의 생태계를 미처 연구하기도 전에 전부 갈아엎고 도시를 짓겠단 아울우드의 계획은 로키에겐 물론 구역질 나는 망상일 뿐이었으나, 동시에 아울우드에게 그 계획을최소한 일부라도 실현할 돈이 있는 건 사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