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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93130834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4-07-31
책 소개
목차
등장인물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작가 연보
책속에서
왕: 사랑하는 형님 햄릿 왕이 돌아가셨다는 게 아직도 새록새록 뇌리에 맴돌기에 온 왕국이 이맛살을 찌푸린 채 슬픔에 젖어 있는 게 합당한 처신이겠지. 그렇지만 어느 정도 본성을 누르는 분별력을 되살려 형님을 충분히 애도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되새겨보았소. 그래서 한때 형수였으나 이제 미망인이 되어 왕실 자산 취득권이 부여된 이 나라 왕비인 이 여성을 전시와도 같은 이 나라 국력에 보탬이 되고자 이를테면 웃지만 웃는 게 아니고, 한 눈은 행복에 한 눈은 수심에 차고, 장례에 찬가를 혼례에 만가를 부르듯, 환희와 비탄을 똑같이 저울질하면서 짐의 아내로 맞이했소. 또한 짐의 혼사 문제에 경들의 현명한 고견을 깊이 새겨듣고 빠짐없이 반영하였소.
_<제1막 제1장> 중에서
햄릿: 하늘이여 땅이여, 기억이라도 안 할 수 있다면! 사랑을 받아먹을수록 더욱 갈구하게 되기라도 하듯 아버지에게 그토록 매달리셨는데, 그래 놓고 겨우 한 달 만에 ? 아, 더는 생각을 말자, 연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 니오베처럼 눈물로 뺨을 적시며 가엾은 아버지 시신을 따라갈 때 신던 신발이 채 닳기도 전에 ? 하나님! 이성이 없다는 짐승이 차라리 그보다 오래 애도했으련만 ? 아버지의 동생이자 내 삼촌과 결혼하다니. 나랑 헤라클레스를 비교할 수 없는 것만큼 아버지 동생이라지만 조금도 안 닮는데. 한 달이 멀다 하고 가짜 눈물의 소금기로 붉어진 눈시울이 채 원래대로 돌아오기도 전에 화촉을 올렸지. 무섭게도 빨리, 능란하게 근친상간의 잠자리로 들어서다니. 좋지 않은 일이고, 좋게 마무리될 리도 없어. 하지만 입도 뻥긋 못하는 내 신세라니, 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_<제1막 제2장> 중에서
유령: 나는 자다가 난데없이 동생 손에 생명도, 왕관도, 아내도 한꺼번에 빼앗겼고, 내 죄가 만개했을 때 꺾인 터라 영성체도 못 받고, 고해성사도 못 하고, 종부성사도 못 받고 내 모든 결함을 머리에 인 채 심판대로 보내졌다. 아, 끔찍하고, 끔찍하다. 이보다 끔찍할 수는 없다! 네게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아직 남아 있다면 참지 마라. 덴마크 왕의 침상이 현란한 욕정의 잠자리로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무리 복수를 강행하려 하더라도, 네 마음을 더럽히거나 어머니를 단죄하려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 어머니는 하늘의 뜻에 맡기고, 양심의 가책에 찔리게 내버려 두어라.
_<제1막 제5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