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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946046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4-04-2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장__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조선의 집시
나와 귀뚜라미
오월의 산골짜기
어떠한 부인을 맞이할까
전차가 희극을 낳아
길
행복을 등진 정열
밤이 조금만 짧았다면
강원도 여성
병상 영춘기
병상의 생각
네가 봄이런가
일기
2장__김유정, 묻고 답하다
김유정 문답
3장__벗에게
강노향에게 보내는 편지
안회남에게 보내는 편지
문단에 올리는 말씀
4장__유정을 그리며
밥이 사람을 먹다 ― 채만식
유정과 나 ― 채만식
유정과 나 ― 박태원
유정과 나 ― 이석훈
유정 군과 엽서 ― 박태원
유정의 영전에 바치는 최후의 고백 ― 이석훈
작가 유정론 ― 안회남
유정의 면모 편편 ― 이석훈
책속에서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20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해서 동명(同名)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50호밖에 되지 않는, 말하자면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동백꽃이 필라치면 한겨울 동안 방에 갇혀 지내고 있던 처녀들이 하나둘 나물을 나옵니다. 그러면 그들은 꾸미꾸미 외딴 곳에 한 덩어리가 되어 쑥덕공론입니다. 혹은 저희끼리만 들을 만치 나직나직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 노래라는 것이 대개 잘살고 못사는 건 내 분복(分福)이니 버덩의 서방님이 그립다는 이런 의미의 장탄입니다. 우리가 바닷가에 외로이 섰을 때 바다 너머 저편에는 까닭 없이 큰 기쁨이 있는 듯싶고, 따사로운 애정이 자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게도 대고 그립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산골의 아낙네들은 넓은 버덩에는 그 무엇이 자기네를 기다리는 것만 같아 그렇게도 동경해 마지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