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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4087847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4-12-06
책 소개
목차
젖
연기
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때로 나는 아기가 온전히 내게만 속한 것 같다고 느꼈다. 때로, 아기가 내 옆에 놓인 아기 침대에 누워 자고 있을 때면, 내 몸에 남은 흉터를 어둠 속에서 손가락으로 쓸어 보았다. 굵게 꿰맨 자국, 절벽 사면에서 튀어나온 바위처럼 흉터 위로 불룩 솟은 살. 그 기다란 흉터는 내 몸속으로 이어지는 구멍이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졌다. 아기가 온 세계.
처음부터 내 아기 안에는 선함이 존재했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님을 나는 알았다.
나는 이미 12단계 회복 모임에 참여하면서, 내가 경험하는 모든 건 과거에 누군가에 의해 경험된 일임을 배웠다. 이 배움 덕분에 부모가 될 채비를 할 수 있었다. 부모 되기란 독창적인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아기를 갖는 건 아니지만, 모든 사람은 한때 아기였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전혀 독창적인 일이 아니다.
아기와의 나날을 일기장에 조금씩 기록하다 보면 내 안의 비평가와 엄마가 다투기 시작했다. 비평가는 서정적인 세부 사항을 선택하고 싶어 하지만―내 딸은 젖은 벚꽃 송이들 속에 작은 손을 파묻었다.―내 안의 엄마가 선택하고 싶어 하는 것은…… 전부 다였다. 그녀는 선택하지 않기를 원했다.
나는 언제나 할 일 목록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작은 생물을 살아 있게 하는 것 말고는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다시피 했다. 내 하루의 리듬은 단순했다. 왼쪽 가슴, 오른쪽 가슴. 왼쪽 가슴, 오른쪽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