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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학
· ISBN : 9791194216476
· 쪽수 : 374쪽
· 출판일 : 2026-06-15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1. 침묵과의 만남
일상의 침묵, 영성의 침묵
2. 사랑 안에 머물며 사랑으로 흘러 나가기
성서, 전례, 신비주의가 전하는 침묵의 지혜
3. 예수의 빈 무덤이 품은 침묵
고통의 자리에서 소리 없는 울음을 듣다
4. 침묵하는 여성들과 빈 무덤
지워진 목소리들이 서로에게 닿다
5. 빈 무덤의 고요한 기쁨
비어 있음에 온 마음을 기울이다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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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오늘날 침묵은 영적 추구의 대상으로 과도하게 소비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침묵을 갈등과 고통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으로 여기며 논하고 실천한다. 그러나 내가 팬데믹 동안 마주한 침묵은 그보다 훨씬 무겁고 공허했다.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텅 비고, 수백 구의 시신을 실은 냉동 트럭만이 뉴욕 거리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그 침묵. 전 지구적 비극 속에서 이미 잃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을 잃고 황량한 거리에 주저앉은,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이들의 침묵. 유리창 너머로 죽어 가는 부모와 마지막 작별을 나눠야 했던 아들딸들의 침묵.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 아래서 숨을 잃어 가던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삼켜 버렸으나, 마침내 인종 정의를 외치는 수백만 명의 함성으로 터져 나온 그 침묵.
침묵의 규정할 수 없는 본성은 침묵을 인간의 언어와 이성을 넘어서는 경험들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만든다. 침묵은 한편으로 신의 말할 수 없는 신비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며, 동시에 극한의 고통 속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침묵은 말할 수 없는 신의 신비와 말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 이 두 가지 경험을 함께 품는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이 떠오른다.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침묵하는 신에게 귀 기울이는 동시에 우리 자신과 타인의 고통이 빚어내는 침묵과도 함께할 수 있을까?
침묵을 대하는 이러한 안이한 태도는 침묵의 가치를 알고 이 세상의 고통을 덜어 내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딜레마를 안긴다. 내가 몸담은 활동가 집단과 학술 공동체에서는 “고요히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과 세상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자주 제기된다. 이러한 고민은 ‘자기 성찰’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갈망을 반영한다. 과연 우리는 세상과 깊이 연결된 채로 내면의 성찰에 전념할 수 있을까? 침묵 실천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도록 우리를 격려하는 동시에, 우리자신의 목소리와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붙들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 자신만의 문제에 사로잡히지 않고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