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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4530138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5-02-26
책 소개
목차
1. 낸시
2. 올리비아
3. 코스모
4. 노엘
5. 행크
6. 로런스
7. 안토니아
8. 앰브로즈
9. 소피
리뷰
책속에서
봄이 오는 거야. 난 봄을 볼 수 있어, 해마다 벌어지는 기적도 지켜보고 날이 지날수록 따스해지는 햇살도 느낄 거야, 살아 있으니까. 나도 기적의 한 부분이 될 거야.
이제 모든 건 끝났다, 후회 한 점 없이. 그녀는 코스모와의 만남, 그리고 중도하차 사건이 아주 적절한 시기에 자신에게 일어난 거라고 깨달으면서 갑자기 현명해졌다. 신경성 장애에 시달려온 사람이 본격적인 진단을 받기 전에 치료법을 찾은 양 느껴졌다. 그녀는 뼛속까지 스민 만족감에 취해 있었다. 머릿결이 윤기를 되찾았고, 검은 눈동자와 숱이 많은 눈썹은 행복에 젖어 반짝였으며 각지고 긴장 서린 얼굴선도 부드럽게 둥글려졌다. 늘씬하고 생기 있고 햇볕에 그을려 가무잡잡해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가 본 것들, 그가 들은 것들, 친구들한테 일어난 일들……. 페넬로프는 조금 듣다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 시커먼 이미지를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페넬로프는 그냥 그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천천히 공포와 혐오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뉴스, 영화를 보거나 라디오 전황 보도 뉴스를 듣거나 신문을 읽을 때는 전혀 느껴 보지도 못하던 공포와 혐오감. 갑자기 그 공포와 혐오감이 페넬로프 개인의 감정이 되고 말았다. 공포가 페넬로프의 목뒤를 짓누르고 있었다. 억제되지 않는 인간 의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는 차라리 외설이었다. 그러한 외설은 각 개인 모두의 개인적인 책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순간 페넬로프는 그것이 ‘전쟁’이라는 낱말의 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단지 방독면을 들고 다니고, 등화관제를 하고, 미스 포슨을 보고 깔깔거리고, 피난민을 위해 다락방을 새로 칠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한히 끔찍해지기만 하는 악몽, 고맙게 깨어나는 일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견뎌야 한다. 달아나거나 머리를 담요 밑에 파묻는 것이 아니라, 칼을 뽑아 들고 맞서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