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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4930068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5-06-19
책 소개
인간의 일그러진 본성에 대한 내밀한 기록
“지독한 악당이었던 인물의 초상,
그리고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은 이의 이야기” _《북리포터》
다정하고 상냥한 이웃이 알고 보니 30년 넘은 미제 사건의 범인이자 2번의 탈옥, 4번의 방화, 5건의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였다면? 이런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사람도 큰돈을 턱턱 빌려줄 정도로 신뢰가 가는 인상에 어딜 가든 인기의 중심이지만 집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폭군으로 군림하는 두 얼굴을 가진 악마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있다. 바로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이다.
2009년 어느 날, 에이프릴 발라시오는 위스콘신주 워터타운이라는 지명을 불현듯 떠올렸다. 그리고 1980년에 발생해 미제로 남은 ‘스위트하트 살인 사건’을, 사건이 일어난 직후 도망치듯 그곳을 떠난 일을 차례로 기억해 냈고,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오직 기억으로 이루어진 심증뿐. 경찰이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동생은 끔찍한 생각이라며 말렸다. 맞는 말이다. ‘정말 아빠가 살인자라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지만 에이프릴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경찰서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신고했다. 결정적 전화 한 통을 계기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한 경찰은 몇백 킬로미터를 한달음에 달려 아버지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를 찾아갔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방문에도 놀란 기색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던 에드워즈는 돌아가는 형사들을 친근하게 배웅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체포됐다. 이후 에이프릴에게 닥친 일들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발에 반대했던 일부 가족들은 그녀와 연을 끊었고, 제 손으로 가족을 무너뜨렸다는 사실과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사건을 왜곡하는 언론 및 주위의 관심은 그녀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러나 에이프릴은 절망에 빠지는 대신,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의 진실을 세상에 정확히 알리리라 결심한다.
이 책은 조각난 40여 년의 기억의 파편을 맞춰 잔혹한 진실의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다. 독자는 이 길고도 짧은 여정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일그러진 내면을 갖게 되는지, 그의 욕망과 그것이 구현되는 원리, 그리고 ‘사이코패스’로 분류되곤 하는 인물이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결핍이 채워져야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된다. 또한 폭력과 학대 속에 방치되어 성장한 사람이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상처,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의 상처까지 치유해 나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훼손된 삶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며 커다란 용기와 감동을 선사한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Apple TV+ 다큐멘터리 방영
★《가디언》, 《퍼블리셔스 위클리》 유력 언론이 주목한 화제의 논픽션
표창원 소장, 이다혜 기자 강력 추천!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슬프고 두려운 만큼 오래 기억하게 될 책이다.” _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나는 연쇄살인범의 딸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를 신고했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2009년 어느 날, 1980년 위스콘신 워터타운에서 발생해 미제로 남은 ‘스위트하트 살인 사건’의 재조사 시작과 함께 경찰은 시민들에게 제보를 요청했다. 에이프릴 발라시오는 당시 마을의 10대 청소년 두 명이 실종됐던 것과, 그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가족이 급하게 그곳을 떠났던 것을 떠올렸다. 이상하리만치 또렷한 기억의 조각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범인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고. 에이프릴은 그날 밤 떨리는 손으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모든 것의 시작이 된 한마디를 내뱉었다.
“안녕하세요, 스위트하트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신고로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는 유력 용의선상에 올랐고 체포된 후 5건의 살인을 자백했다. 그중 하나는 보험금을 노려 양아들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그의 범행이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일부 매체는 악명 높은 신원 미상 연쇄살인범 ‘조디악 킬러’의 정체로 그를 지목하는 등 자극적인 추측과 왜곡된 정보가 난무했다. 10년 후 에이프릴은 진실을 바로잡고자 팟캐스트 〈클리어링〉에 출연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에이프릴이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 FBI 10대 지명수배자였던 아버지가 자신이 ‘회개’했음을 기념하며 쓴 회고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그의 생애, 신고 후 피해자의 가족과 또 다른 여죄 가능성을 찾아 자신과 아버지가 살던 마을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곡차곡 풀어낸다. 결국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몇십 년이 흘러도 눈을 감지 않은 기억이 써 내려간 처절한 목격담이자, 한 여성이 삶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회복의 과정이다.
“아빠는 내가 평생 풀어야 할 수수께끼다”
아버지를 신고한 딸의 서글픈 양가감정
에이프릴의 회상에 따라 묘사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은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하고 바랄 만큼 잔인하게 생생하다. 그녀가 겪은 유년기의 폭력은 읽는 이의 마음마저 갉아먹는 듯하지만, 그 방대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렴풋한 단서들로 기억을 조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고 납득하고, 끝내 확인받았을 저자의 심경에는 비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담담한 토로 뒤에는 어릴 적 사랑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상실한 데서 오는 슬픔, 가족을 분열시킨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더 일찍 신고해야 했다는 후회가 한데 얽혀 있다. 아버지에 대한 모순적인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복잡한 인간성과 관계의 균열을 목격하고 사랑과 상처, 진실과 책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은 그녀의 육체와 정신에 크고 작은 상처를 수없이 남겼다. 친구 관계, 옷차림, 학교 진학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통제했으며, 주먹과 발로 온몸을 구타하고, 누구 한 명이 항복할 때까지 형제끼리 몸싸움을 시키기도 했다. 그의 무자비함이 절정에 치닫는 대목은 자녀에게 직접 그들이 살던 집에 불을 지르게 시키는 부분이다. 매캐한 냄새의 끔찍한 기억은 어린 저자의 마음에도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아버지를 완전히 거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에드워즈는 어린 저자의 세계의 중심이었다. 폭력에 몸서리치면서도 때때로 드러나는 아버지의 다정함에 의지했고, 그 모순된 감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결국 그를 신고하기까지 그녀에게는 엄청난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다.
내 세계는 아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아빠의 분노를 두려워하면서도 아빠를 사랑했다.
아빠를 연구하고 아빠의 기호와 성향을 파악하며 사랑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_본문 중에서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애증 속에서 목격한 괴물의 심연
이 책은 ‘사이코패스’라는 존재를 가까이서 관찰한 기록이기도 하다. 한때 신문과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했던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지금도 각종 사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우리는 주로 범죄자를 수식하는 이 단어를 여전히 흥미 본위로 단편적으로만 소비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배경에서 자라 어떤 일들을 거쳐 만들어지는가? 저자 에이프릴이 어린아이의 눈, 십 대의 눈, 그리고 자녀를 둔 어머니의 눈을 통해 에드워즈의 악의를 깨닫는 과정은 우리에게 인간의 일그러진 내면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창을 마련해 준다. 병적인 거짓말을 일삼고 타인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조종하며 해치기까지 하는 아버지, 즉 사이코패스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일상에서 보여주는 행동 패턴,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결핍과 욕망, 속임수와 통제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인간에 대한 더욱 폭넓은 이해의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목격하고 발견한 에이프릴의 깊은 통찰력 덕분이다.
아빠는 이 보고서를 책에 싣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왜 그랬을까? 보고서 내용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 걸까?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을까? _본문 중에서
고통의 유산을 마주하며
연쇄살인범과 삶을 공유한 여성의 용기 있는 고백
에이프릴이 아버지를 신고한 시점은 자신의 아이들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나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지만, 그녀는 어느새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의 폭력적인 훈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인간적인 모순은 독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그녀를 더욱 응원하게 만든다.
또한 에이프릴은 신고 후 쏟아지는 언론의 주목과 주위의 반응에 잠적하는 대신, 아버지의 행적을 정확히 추적하고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방송 출연과 책 집필을 결심한다. 잊고 있던 악몽을 다시금 복기해 세상에 드러내는 고통스러운 길을 스스로 택한 것이다. “과거의 유물을 들여다보는 건 내 마음의 상처를 덮고 있던 딱지를 떼어내는 것과 같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마주 보는 데서 더 나아가, 범죄 피해자들의 유족을 찾아가 사죄를 건네는 길을 나선다. 그리고 죄책감만 가득할 줄 알았던 그들과의 만남은 우정과 용서라는 소중한 보물을 남긴다.
에이프릴 발라시오는 이 험난한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가슴에 흉터처럼 남지만, 그것을 직시하고 극복하려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삶의 빛을 찾을 수 있다고. 그리고 커다란 흉터를 지닌 사람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이 책은 그 치열한 생존의 기록이다.
목차
작가의 말
추천의 글
프롤로그
1장 지울 수 없는 흔적
첫 만남 (1968)
아빠의 두 가지 모습 (1970)
수녀님, 난 나쁜 놈이 될 거예요 (1933-1948)
유명인사가 되다 (1972)
테일러 로드 농장 (1974)
잃어버린 지상낙원 (1975)
장난 (1976)
자기방어 (1977)
빌리 (1977)
도깨비 (1978)
오하이오주 칠리코시 연방 교도소 (1950-1952)
플로리다에서의 규칙 (1978)
예감 (1978-1979)
폭주 (1954)
눈을 뜨다 (1979)
2장 벗겨지는 베일
콩코드 하우스 (1980)
지명수배범 (1956-1960)
피어나는 의구심 (1980)
캐치 미 이프 유 캔 (1960)
사기꾼 (1981)
방화 (1982)
개과천선 (1962-1967)
그의 진짜 모습 (1982)
재판 (1982)
점프 스케어 (1982-1985)
어둠 (1985)
독립 (1985-1986)
3장 도미노가 쓰러지다
체크리스트 (1987-1991)
결혼, 모성, 그리고... (1991-1996)
내가 해결할 문제 (1997-2009)
켈리와 티머시 (2009)
빌리와 주디스 (2010)
대니 (2010)
4장 피의 얼룩을 찾아서
범죄자의 신화 (2010)
더 클리어링 (2016-2019)
몬태나 그레이트 폴스 (1956/2019)
조니와 베르나 (2019)
리키와 메리 (1979/2019)
느슨한 결말 (2019-2021)
에필로그
감사의 말
책속에서
이 이야기를 통해 난 무엇을 좇으려 하는 것일까? 사면일까? 구원, 혹은 용서일까? 아직은 그 답을 모르겠다. 그러나 내 삶을 통해 누군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는다면, 내 여정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우리 가족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각자의 역할이 상상될 정도였다. 실제로 우리는 해피까지 데리고 종종 캠핑을 갔다. 아빠가 캠핑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들처럼 서커스나 놀이공원에 가는 등 즐겁고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부엌에서 접시가 깨지는 소리, 둔탁한 주먹질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이들이 침대로 숨어 들어가 아빠의 폭언과 엄마의 절규를 고스란히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다른 가족이 어떤지는 몰랐지만, 우리 가족의 모습 같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 누구에게도 우리 가족이 남다르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