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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김언의 4월)

김언 (지은이)
난다
17,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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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김언의 4월)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24065419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6-04-01

책 소개

2026년의 네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4월의 책은 1998년 『시와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언의 네번째 산문집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이다. “말의 기획자이자 사유의 주재자”(조재룡)로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그가 시와 남은 말들, 산문과 노트 등으로 4월 한 달을 엮어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네번째 이야기!

시인 김언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4월의, 4월에 의한, 4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비는 언젠가 온다. 반드시 온다.
눈이 오듯이 비가 오고,
비가 오듯이 또 무언가의 죽음이 온다.
기다리는 것도 기다리지 않는 것도 아닌 비.
비가 온다. 때가 되면 온다.


2026년의 네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4월의 책은 1998년 『시와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언의 네번째 산문집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이다. “말의 기획자이자 사유의 주재자”(조재룡)로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그가 시와 남은 말들, 산문과 노트 등으로 4월 한 달을 엮어냈다. 언젠가부터 3월과 5월 사이에 낀 4월. 봄이 봄 같지 않게 왔다가 봄 같지 않게 가버리는 것을 적이 아쉬워하면서도 도리없이 받아들인 지가 제법 되었다. 무겁게 말하자니 한없이 무거울 것 같아서, 가볍게 말하자니 또 가볍게 말해질 수 없는 것이라서, 많은 말을 품었다가도 도로 삼키는 달. 겨울과 여름이 예전보다 길어졌고 그사이에 끼어서 옹색해진 봄을 온전히 떠맡고 있는 4월은 이상하게 쾌청하지가 않다(작가의 말). “비가 왔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물빛에 얼굴이 넘치고 있다. 기쁨은 아니었다. 환희도 아니었다. 슬픔도 남의 표정 같았다. 절망은 이미 물러갔고 증오는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전쟁 이야기. 전쟁은 끝났다. 평화도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비가 왔다」) 그러므로 4월에는 평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인사말이지만 그보다 더 나은 말도 없으니, 역시나 평안을 바라는 인사. 밤사이 평안하기를.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번 너를 보낸다. 밤을 보내고 너를 보낸다. 완전히 보내고 나서야 평안해지겠지. 완전히 이별하고 나서야 평안해진다면, 그 순간은 내가 없어지는 순간 말고는 없겠지. 세상 모든 것과 이별하는 순간 말고는 없는 거겠지(「오늘 아침」).
4월 하면 같이 떠오르는 일들이 많다. 날짜만 떠올려도 고구마 줄기같이 따라올라오는 역사가 많다. 같이 떠오르는 것은 숱한 목숨이다. 아깝게 스러져간 타인의 목숨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래서, 실패를 뻔히 알면서도 타인의 상처를 껴안고자 하는 글쓰기가 달리 보인다. 도중에 실패하면서 남겨놓은 온갖 잔해물로서의 글쓰기가 너저분하기는커녕 경이로워 보인다. 너저분하더라도 이보다 귀하게 너저분한 것이 또 있을까 싶게 누군가의 문학이 있고 시가 있고 숭고한 도전이 있었다. 시인은 그 사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무거운 건 가볍게, 가벼운 건 무거운 듯이 들어야 해요」). 흘러갔거나 소실된 것처럼 보이는 밤의 장면은, 흘러가고 없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떠오른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것은 영영 잊힌 가운데 이미 와서 있다. 여기 있지 않으면 다른 어디에도 없을 것처럼 이미 와서 있다. 더듬듯이 말하고 잊힌 대로 계속 말하는 가운데 그것은 있다. 이미 여기 와서 있다. 충분히 있다. 충만하고 결핍된 것이 어울리지 않게 아주 멋지게 와서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거듭 내뱉는다. “그것을 말하라.”(4월 21일 노트)

누군가는 누군가를 잠재적으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상태로 헤어진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슬픔도 남의 표정 같았다.


시인에게 삶은 붙잡는 힘이고 시는 되놓는 힘이다. 되놓는 힘은 붙잡는 힘에 비례해서 나온다. 정확히 반작용으로 튀어오른다. 시가 도약하는 지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그곳은 무언가를 붙잡았다가 놓은 흔적이다. 오로지 놓는 힘으로 붙잡은 힘을 말소시키면서 재탄생하는 공간. 그곳이 시의 공간이다(「단어가 말했다」). “아마도 무한정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슬픔을 대신하는 말이 들어갈 수 있다.”(17일 시) 시인은 묻는다. 새벽에는 왜 도시가 공원처럼 잠잠해지는가. 공원보다 오히려 더 조용해지는가. 도시의 탁한 물길은 눅눅한 밤공기를 따라 흐르는 방랑하는 영혼을 잔잔히 위로한다. “그 새벽의 전혀 다른 도시를 보여줄 것.” 거의 다짐처럼 들리는 이 목소리는 두번째 시집의 어느 귀퉁이에서 튀어나온 말이고 새벽을 걷다가 문득 건져올린 말이다(22일 시와 남은 말들).
그렇다면 시간이라고 별수가 있겠는가. 전진하는 시간을 전진하는 것. 순행하는 시간을 순행하는 것. 그것이 구름이라면 구름은 장소이면서 또한 시간이다. 앞으로만 가는 시간. 도무지 뒤를 모르는 시간. 뒤를 향하는 것은 기껏해야 인간의 기억이거나 기록. 역사이거나 상상. 역사가 상상이라면 현재는 환상이다. 매 순간 지나치는 현재를 환상이 아니면 붙잡아둘 방도가 없다. 현재는 달아나면서 겨우 환상이라는 위안거리를 남겨둔다(「하늘」). 혹은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시간만 계속 가고 있는 풍경을.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고민할 것도 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봉착해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것도 소용이 없도록 무화시키는 시간(12일 시와 남은 말들). 그 시간선 위에서 시인은 묻는다. 가물가물하다못해 사라진 것과 진배없는 고향이, 시간을 거스르듯이 온 길을 되밟아 간다 한들 종착지로서 남아 있을 수 있을까?(9일 시와 남은 말들) “때가 되면 오는 비. 그 비를 예상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와중에도/비는 온다. 때가 되면 온다. 영영 아니 올 듯이 시간이 간다.”(「오후 8시경에 비」).

다 울고 나면 울지 않는 사람만 남는다.
여기가 어디라는 것도 그때서야 분명히 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책상 앞에 앉은 사람은
책상 앞에서 골목으로 사라진 사람은
골목 뒤에서 대로변에 나온 사람은
대로변에 서서 그 자리에 있다.
잠깐 잠이 든 것처럼 멍하니 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서 있다가 지나갔다.
그를 두고 갔다.
_4월 15일 「울음」 부분

•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한여진 / 2월 김상혁 / 3월 권민경 / 4월 김언 / 5월 남지은 / 6월 홍지호
7월 박상수 / 8월 김보나 / 9월 김이강 / 10월 신용목 / 11월 최지은 / 12월 최현우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6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그림을 다루는 작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목차

작가의 말 ─ 무거운 건 가볍게, 가벼운 건 무거운 듯이 들어야 해요 7

4월 1일 노트 ─ 오늘 아침 17
4월 2일 시 ─ 비가 왔다 23
4월 3일 에세이 ─ 빨리 드라이버 27
4월 4일 에세이 ─ 성난 얼굴인가? 부끄러운 얼굴로 돌아보라 35
4월 5일 에세이 ─ 잘 보내줘야 잘 받을 수 있다 49
4월 6일 시 ─ 멀어진 사람 55
4월 7일 에세이 ─ 문득 그 배우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 59
4월 8일 에세이 ─ 당신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힘든 이유 65
4월 9일 시와 남은 말들 ─ 고향 71
4월 10일 시 ─ 나는 낯설 것이다 77
4월 11일 시 ─ 퇴근하는 사람 81
4월 12일 시와 남은 말들 ─ 오후 8시경에 비 87
4월 13일 단상 ─ 증발 97
4월 14일 단상 ─ 배경음악 101
4월 15일 시 ─ 울음 105
4월 16일 시배달 ─ 시 109
4월 17일 시 ─ 슬픔을 대신하는 말 115
4월 18일 한 줄 ─ 여생 119
4월 19일 단상 ─ 가장 자유로운 방식의 울음 121
4월 20일 단상 ─ 당신이 하지 못했던 말 127
4월 21일 노트 ─ 단어가 말했다 131
4월 22일 시와 남은 말들 ─ 동천 143
4월 23일 시 ─ 실망 153
4월 24일 에세이 ─ 캐치볼을 하러 갔다 157
4월 25일 에세이 ─ 어느 외로운 외야수를 생각해요 163
4월 26일 노트 ─ 약속 169
4월 27일 시와 남은 말들 ─ 하늘 175
4월 28일 노트 ─ 딱 한 사람의 길 181
4월 29일 노트 ─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생각하는 것들 189
4월 30일 시 ─ 마지막 사람 197

저자소개

김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8년 『시와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백지에게』,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오래된 책 읽기』 『사유노트』, 시론집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평론집 『폭력과 매력의 글쓰기를 넘어』 등이 있다.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김현문학패,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에서 시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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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겨울과 여름 사이에 낀 봄. 3월과 5월 사이에 낀 4월.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도 아니고 붙이거나 벌리는 것도 아닌, 그저 낀 상태로 머무는 것. 머물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치듯이 가는 것. 겨울과 여름 사이의 봄. 3월과 5월 사이의 4월. (…) 무겁게 말하자니 한없이 무거울 것 같아서, 가볍게 말하자니 또 가볍게 말해질 수 없는 것이라서, 많은 말을 품었다가도 도로 삼키는 달. 4월은 그래서 어렵다. 말하기도 어렵고 말하지 않기도 어렵다.
_작가의 말 「무거운 건 가볍게, 가벼운 건 무거운 듯이 들어야 해요」 부분


슬픔도 남의 표정 같았다. 절망은 이미 물러갔고 증오는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전쟁 이야기. 전쟁은 끝났다. 평화도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비가 왔다. 하루도 못 가는 비가 왔다. 이튿날까지 넘치고 있다. 다 넘치고 나서야 도착할 것 같다.
_4월 2일 「비가 왔다」 부분


한 마리 두 마리 점으로 헤아리는 새들이 조금 더 들어왔다가 조금 더 사라지는 동안 조금 더 큰 새가 조금 더 큰 점으로 하늘을 긋는 동안 창밖은 아침이다. 하늘도 아침이고 옥상도 아침이고 옥상의 피뢰침도 피뢰침 너머 야산의 꼭대기도 모두 아침인데 증발하고 싶은 마음.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리고 싶은 사람의 마음도 아침이다. 내게는 증발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없다면 더 없는 사람이 되어 증발하고 싶은 마음. 마음은 자유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창문을 조금 더 열다가 두었다.
_4월 13일 「증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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