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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246991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2-06-20
책 소개
목차
1부 순이
1. 순이 1 · 10
2. 만남 · 18
3. 아들놈들이란! · 28
4. 어(漁)떤 그리움 · 32
5. 손녀 딸 쥬디 · 38
6. 더위 때문에 · 43
7. 아우 · 48
8. 오도송(悟道頌) · 56
9. 나의 가엾은 대상포진 · 61
10. 잘난 것도 가지가지 · 69
11. 운전 면허증 · 72
12. 산상 편지 · 77
13. 동네 병원들 · 80
14. 방제명 전(方濟名 傳) · 85
15. 내가 바라본 나의 이야기 · 96
16. 요즈음 · 100
17. 아들의 감기 · 103
18. SNS · 109
19. 순이 2 · 111
2부 조선족 방문기
1. 변(便)의 사변(事變) · 126
2. 위해 성당 방문기 · 131
3. 목단강변 이화네 · 136
4. 조선족 마을 방문기 · 169
5. 조선족으로 살아가기 · 189
6. 중국 서북 지방의 설 · 196
7. 불상 이야기 · 202
평문
이야기하는 ‘꾼’의 서사와 글쓰기의 미학 · 208
저자소개
책속에서
- <순이> 중에서
순이는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애의 눈길이 머무는 곳은 제 검정 고무신 코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타이어 신발이라고 불렀던 검정 고무신은 무척 질겨 한 번 사면 일 년은 족히 신을 수 있었다.(중략) 누가 보따리를 야물딱지게도 채간다. 보따리를 채가서 뒤도 보지 않고 달려가던 순이가 저만큼에서 보기에도 아프게 넘어졌다. 벗겨진 순이 고무신을 챙겨들고 가까이 가 보니 순이 무르팍이 깨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많이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며 주저앉아 있는 순이 무릎에 내 손바닥에 침을 묻혀 발라 주려는 순간, 순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야멸치게 밀어버려 이번에는 내가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넘어진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혼자 말처럼 “누가 도와주래?” 하더니 종종걸음으로 가 버린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고 저만큼 떨어진 가방을 주어 드는데 왜 눈물이 한두 방울 나오는지 나도 모르겠다.
- <만남> 중에서
그렇다! 나는 일 년 부족한 오십 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날, 만남과 헤어지을 다르게 칭하는 동의어임을 깨우쳤다.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즉 만남과 헤어짐이 다 부활을 예고하는 축복의 동의어 아니던가! 허공을 나는 살처럼 세월이 흐르다 보면 우리 모두에게 그날이 당도하고야 말겠지만, 그 또한 만남을 예고하는 축복으로 맞이하자. 그대들 촌놈들아!
- <대상포진> 중에서
소주 한 병이 댓바람에 비워지고 두 병, 세 병을 지나 네 병째를 따는데 여관방 문이 노크도 없이 왈칵 열린다. “거기서 스톱! 이거시 시방 뭔 시츄에이션들이여?” 하며 들어서는 두 여인은 존경하올 마누라님들이셨다. 그 와중에도 우리 님은 나보다 싱싱한 생고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통증은 좀 어쩌느냐?’는 인사치례 말도 없이 상 앞에 주저앉더니 “어이 거기 김 군, 한 잔 따라봐.” 하며 잔을 내민다. 아아, 위로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렇게 물 건너 가버린 나의 가엾은 대상포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