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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95657919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6-06-22
책 소개
목차
07 어둠에서 벗어나기
95 주
105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당신의 영화 <사울의 아들>은 하나의 괴물입니다. 불가결한 괴물, 일관된 괴물, 이롭고도 고결한 괴물이에요. 지극히 위험한 미적, 서사적 도박의 결과물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매번 “픽션”이라는 이름 아래 영화 속에서 익숙하게 발견하는 이야기들과 견줄 때 1944년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의 울타리 안 나치의 처형 기계, 진정 베헤모스를 다루는 한 편의 영화가 괴물이 아닐 방도는 무엇이겠습니까! 당신의 영화는 픽션이 아닌 다른 무엇일까요? 당연히도 픽션입니다. 당신의 픽션은 굉장히 특수한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뒤쫓습니다.
<사울의 아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그러나 이미 죽은 아이입니다-한 사내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내가 [아이의] 시신 앞에서 “이것을 가르시오”라는 나치 친위대 소속 의사가 내리는 명령을 들었을 때, 사내의 온 존재가 뒤집어집니다. 그러니까 죽은 아이를 해부학적 조각으로 만드는 일에서 빼내려는 시도, 아이가 소각장 화로의 끔찍한 구멍에 들어가거나, 익명의 재가 되어 비스와 강에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가 사울에게는 어둠에서 벗어나는 일일 거예요.
지옥의 비르케나우 캠프 속에서 한 죽은 아이를 어둠에서 끄집어내기 위한 사울의 끝없는 여정, 어마어마하면서도 동시에 제약으로 가득한 이 여정은 이런 의미에서 제게 에우리디케를 구하기 위해 신화 속 지옥을 여행하는 오르페우스의 행동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습니다. 블랑쇼는 이를 다음과 같이 너무나 훌륭하게 묘사했어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향해 내려갔다면 예술은 밤이 스스로를 개방하도록 하는 권능이다.” 그러니 작품을 만드는 일은 죽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밤이 우리를 다만 가두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밤이 스스로를 개방하도록 “어둠에서 벗어나기”라는 방법, 특히 시적인 방법이란 이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