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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59894789
· 쪽수 : 327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Part1 파리의 눈으로 본 서울
양화대교 건너기 | 카페 사용설명법 | 웨딩 콜라주 | 묘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 | 낯선 교회, 익숙한 사찰 | 강남역 4번 출구 앞 편의점에서 두 번째 골목 | 간판, 안내판, 플래카드로 뒤덮인 나라 | 짓고 또 짓고 | 한 이방인의 관악산 등반기 | 색깔의 정치학 | 쓰레기를 읽으면 인간이 보인다 | 상상의 미술관 | 비어 있는 공간, 광장
Part2 도시라는 공동체
기찻길 옆 근대 도시 | 꽃, 공포의 전염을 막는 백신 | 시장은 감정의 교환소 | 미드나잇 인 디즈니랜드 | 랜드마크는 도시를 상징할까? | 연결하는 다리, 분리하는 다리 | 도심 속 바리케이드를 바라보는 두 시선 | 대형 병원 시대, 동네 병원의 역할 | 은밀하게 위대하게: 방석집과 피트니스 클럽 | 밥상이 당신을 보살피는 풍경 | 모두에게 평등한 모래사장
리뷰
책속에서
한국 교회들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개신교 신자들에게 속한 공간이다. 그 규율들이 모호해서 교회에 들어가도 되는지, 방문이 신자들에게만 제한되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특히 접근이 쉽지 않다. 가톨릭교회인 명동성당만이 유일하게 행인이 읽을 수 있는 정보 표지판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유사 고딕 양식의 이 건축물은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내부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었다. 일반 교회들은 십자가, 종,
예수를 재현하는 스테인드글라스 등의 시각적 요소를 통해 기독교를 환기시키고는 있으나, 그러잖아도 다양한 양식과 기능이 혼재하는 도시에 신비스런 기호를 하나 더 추가하는 낯선 사물들이었다.
_낯선 교회, 익숙한 사찰
일련번호는 차이를 두지 않는 논리적 체계 속에 모든 건물을 포괄하는 통일성을 마련한다. 이와 달리 건물의 이름은 건물과 건물이 구별되게 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광고 효과를 위해 아파트에 이름을 붙이는 것에 가깝다. 이 이름을 단 아파트를 소유한 이들은 이 이름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가 보장받는다고 생각하며 이 이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한국에서 아파트 이름은 아파트가 브랜드에 속하는 상품이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공자는 이름을 바르게 함으로써 일이 성사되게 한다고 하였는데, “아파트 이름 바꾸면 가격 오르려나”라는 기사를 읽어보건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현실을 바꾸려면, 즉 아파트 가격을 올리려면 이름을 고치라는 것으로 공자의 말을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_강남역 4번 출구 앞 편의점에서 두 번째 골목
글에 담긴 힘, 목소리를 문자화해 고정시킨 그 강력함에 대한 믿음이 한국에는 분명 존재한다. 한국처럼 상시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나라에서, 전통적인 방식대로 손으로 직접 쓴 대자보 한 장이 사회적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2013년 12월 한 대학생이 손으로 써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기억할 것이다. 마치 대자보라는 형식이 문서와 서예에 대한 수백 년 전통의 권위를 항의의 행위에 부여한 것만 같았다. 이 항의는 이후 인터넷을 통해 맹렬히 번지며 릴레이 대자보 시위를 이끌어냈다. 이 대학생의 대자보 글이 단순히 페이스북에 올려졌던 글이었다면, 과연 동일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까?
_간판, 안내문, 플래카드로 뒤덮인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