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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5713981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7-03-1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탄생과 성장, 경성고등공업학교와 조선총독부
2장 최초이자 최고 건축가의 이면, 박길룡
3장 불꽃 대신 선택한 건축, 박동진
4장 국립묘지의 애국지사, 강윤
5장 디아스포라의 섬, 박인준
6장 건축구조의 달인, 김세연
7장 장관직만 다섯 번, 김윤기
8장 만주국으로 간 수재, 이천승
9장 시인 이전에 건축가, 이상 혹은 김해경
10장 우리말 건축용어를 찾아서, 장기인
11장 동학 교주가 왜? 나카무라 요시헤이
12장 식민지 조선에서 인생 역전을, 다마타 기쓰지와 오스미 야지로
13장 한 알의 겨자씨, 윌리엄 보리스
14장 틈새시장 속으로, 전통건축 장인의 변신
15장 청년 건축가의 반격, 청와와 젊은 그들
나가는 말/주/사진 출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암살> <밀정> <경성 스캔들> <모던보이>. 일제강점기를 다룬 시대극에 빠질 수 없는 배경이 있다. 이중성과 역설의 공간, 바로 근대건축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분명 살 떨리는 분노와 피 튀기는 저항인데, 그곳에 녹아 있는 감성은 낭만과 동경 그리고 콤플렉스까지 미묘하다.
일본은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미쓰코시백화점 앞에서는 입이 딱 벌어졌던 사람들, 암울한 현실을 비관하면서도 경성역에서 들려오는 문명의 소리에 들떴던 사람들, 카페와 살롱에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서구를 동경했던 민족주의자들….
그들에게 식민지의 근대건축은 이상과 현실, 이성과 감성의 불협화음이 요동치던 장소였다. 그런 건물을 만들었던 사람들, 그중에서도 조선인 건축가들, 그들의 삶이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주변 반응은 썰렁했다.
승진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총독부 건축조직은 직위가 위로부터 사무관, 기사, 기수, 촉탁, 고원 순서였다. 사무관은 행정 관료로 동경제국대학 법과 출신이 많았다. 기술직에서 최고 책임자는 기사였는데 동경제국대학 건축과나 토목과 출신들이 차지했다. 기사는 건축 실무 전반을 맡았고, 기수는 각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일본인과 달리 조선인은 고원에서 기수까지 올라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승진도 조선인은 대개 기수까지였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차별받던 조선인 건축가에게 기회가 온 것은 1920년대 후반부터였다. 1920년 회사령이 철폐된 이후 성장한 자산가,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개업하기 시작한 의사, 실력양성운동을 벌이던 사립학교 인사들이 건축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마침 조선인 건축가들도 어느 정도 실무를 쌓은 상황이었다. 드디어 동족의 건축주를 만난 건축가들은 백화점, 사옥, 공장, 학교, 주택, 병원, 극장 같은 건물을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식으로 설계사무소를 연 사람은 박길룡과 박인준 그리고 일제 말기에 이르러 사무소를 개설한 강윤 정도였다. 다른 건축가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설계를 하곤 했다.
시골 노인들도 안다던 ‘장안의 명물’은 바로 화신백화점이었다. 설계를 한 사람은 늘 조선인 ‘최초’와 ‘유일’을 달고 다닌 건축가 박길룡이었다. 조선인 최초로 경성공업전문학교 건축과를 졸업했고, 조선인 최초로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수가 되었다. 또 조선인은 승진해봤자 기수까지가 한계였던 건축조직에서 조선인 최초로 최고기술자인 기사에 오른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에 건축사무소를 최초로 개업한 조선인도 박길룡이었다. 그의 이름을 딴 ‘박길룡건축사무소’는 잘나갔다. 하루에 한 채씩 주택을 짓는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종로 앞길에서도 뒷길에서도 박길룡이 설계한 건물을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