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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5781539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6-05-24
책 소개
목차
Prologue│내 뜨거운 심장에서 뽑은 나의 사랑임을
CHAPTER 1 내 마음 속 양파는 어떤 모양일까
미색 심리상담소
사람의 마음은 딱 한 국자에 불과하다
인생의 아홉 가지 관계에 대하여
울게 도와드릴까요?
소리를 지르는 건 정신병자나 하는 것 아닌가요?
마음속에 상처 입은 아이가 살고 있어요
CHAPTER 2 나는 너 없이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이 끝났다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에요
심리 저수지의 용량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사랑이 싫다고요
날 위해 떠나간단 말 하지 마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어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 달라서 찾아오는 이별
당신이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래요
내 배우자의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나요?
CHAPTER 3 과거의 나를 놓아주고 새로운 나를 만나라
방황하지 않는 비법이 아니라, 더욱 멋지게 방황하는 법
턱 끝까지 찬 울음을 꾸역꾸역 삼키지 말아요
모든 종류의 중독은 재난이다
얼마만큼 약하고 또 얼마만큼 무너질 수 있는지
아픔을 아픔답게 아파하는 법
나는 당신을 어떻게 기억해야 해요?
진정 날카로운 검에는 칼날이 없다
죽기 전에 우리가 고민하게 되는 것들
CHAPTER 4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법
부모를 다시 선택한다면
그만큼 외로웠고 쓸쓸했고
내가 아프다고 똑같이 아프게 할래요?
고고한 척, 도도한 척
우리의 친구, 열등감
나는 행복해질 책임이 있다
리뷰
책속에서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들어주는 일은 때로 참을 수 없이 괴롭다. 한때 내 상담소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트라우마가 잠재된 사람들이 몰려온 적이 있었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뜨거운 눈물은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슴이 터질듯이 세상이 떠나가라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상담소 직원은 내게 상담실 밖에서도 애끓는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인데 지척에서 그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힘들겠냐고 했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에요. 이 넓은 세상에서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어렵죠. 그런 면에서 생각한다면, 그들이 내 앞에서 통곡하면서 마음을 내보이는 건 나를 아주 신임한다는 뜻이니 감사하죠.”
우리는 친구의 고민을 들어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을 자주 겪는다. 만일 타인이 털어놓는 고민을 듣기가 고통스럽다면 대개 자신에게도 동일한 상처가 자리함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럴 때면 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삽처럼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파헤쳐 선혈을 뿜게 한다. 그런 상황이라면 대수롭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고통이 극심해 친구의 이야기도 들어주지 못할 정도라면, 그를 피해 숨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그 친구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임을 분명히 하자. 진정한 친구라면 이런 연약함을 이해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고통은 뜬구름처럼 무심히 왔다가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쉬이 지나치지 말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주의 깊게 생각해보자. 우리의 몸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박힌 탄피를 감싸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괜히 상처를 건드려 덧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탄피는 제거해야만 한다. 처음 한동안은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릴 테지만 상처는 결국 아물 것이다. 상처가 없는 척 감추기만 한다면 정신이 패혈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 <울게 도와드릴까요?> 중에서
사랑했던 연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은 한 아가씨가 있었다. 이별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인터넷 채팅으로 연인은 말했다.
“너는 내 혈관의 피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나는 너랑 헤어져야겠어.”
그 아가씨는 내게 말했다.
“그 남자는 내가 자기 혈관 속에 흐르는 피나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그 사람이 날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알겠죠? 근데 왜 헤어지자는 거죠? 또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사람이라면 어떻게 자기 피하고 분리가 될 수 있죠? 그럼 바로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따지면 그 사람은 아직도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도대체 왜, 왜 나랑 헤어지려는 걸까요?”
“그런 말은 믿지 마세요. 왜 그랬냐고 ‘왜’를 그렇게 많이 묻지도 말고요.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요? 때로 모든 이유는 핑계에 불과해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건 현실적인 답이거든요. 그 사람이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당신은 그 사람의 혈관 속에 있는 혈액이었어요. 하지만 혈액이 몇백 그램 정도 없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아요. 사실 더 많은 피를 흘린다고 해도 얼른 수혈만 하면 사람은 죽지 않거든요. 정말로 죽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선혈이죠. 그건 말라붙어서 선명한 붉은색과 혈기 왕성한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적갈색의 피딱지가 되어버리니까요.”
그 아가씨는 한참 동안 말을 잃고 있더니,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 식은 데에 이유가 중요하진 않죠. 왜 그러냐고 물을 필요도 없죠. 그 사람이 날 천국과 지옥으로 오가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마지막까지, 날 위해 떠나간단 말로, 듣고 싶었나 봐요. 그 사람이 주는 사랑이 아니라 내가 하는 사랑이에요. 지금부터 마음을 다잡을 거예요. 내가 나를 지옥에서 건져 올릴 거예요. 나 스스로 천국에 올라갈 거예요.”
- <날 위해 떠나간단 말 하지 마> 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뚱뚱한 편이었나요?”
내 물음에 그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어릴 적엔 하나도 안 뚱뚱했어요. 그런데 12살 하고 3개월이 지나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는 점점 더 제어가 되지 않아 매년 10kg 정도 늘어났고요. 한 달에 1kg씩 살찐다고 하면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지금 전 이런 모습이 되었어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별로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말한 특이한 숫자의 조합, ‘12살 하고 3개월’에 주의했다. 대체로 체중이 구체적인 일자를 기점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텐데, 그는 어째서 그 시점까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걸까?
“12살 하고 3개월이 지날 무렵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는 내 질문에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왜요?”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서요.”
“그때로부터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다니. 제 생각에 아무래도 당신이 아주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과 관계가 있는 것 같군요.”
그가 고개를 들자, 나는 그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전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 자랐는데 아주 자상한 분이셨어요. 외할머니 덕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과 사람 된 도리를 배웠고요. 이렇게 좋으신 분은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외할머니가 암에 걸리셨어요. 다른 사람들은 암에 걸려도 화학 치료나 수술로 치유가 가능하던데, 아니면 완치는 어렵다고 해도 몇 년은 버티는 사람도 많던데. 우리 외할머니는 아무런 치료도 못 받으시고, 암을 발견한 지 겨우 20일 만에 돌아가셨어요. 전 너무 괴로워서 죽을 것 같았어요. 죽어라고 밥을 먹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이후로 비만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요…….”
- <턱 끝까지 찬 울음을 꾸역꾸역 삼키지 말아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