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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95847976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7-07-07
책 소개
목차
덤불 속|마술|희작삼매|개화의 살인|늪지|게사와 모리토|히나 인형|가을|짝사랑|보은기|한 줌의 흙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세 개의 청죽을 엮어 그 위에 걸어놓은 목은……. 아아, 그 처참한 피투성이 머리는, 어찌 된 일일까요? 저는 떠들썩한 군중 속에서 창백한 머리를 보자마자 우뚝 서 버렸습니다.
머리는 그자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마카와 진나이의 머리가 아니었습니다. 두툼한 눈썹, 툭 튀어나온 광대, 미간의 칼자국……. 무엇 하나 진나이와 닮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돌연 햇빛과 주변의 군중, 대나무에 걸린 목, 모든 것이 어딘가 먼 세계로 흘러가 버렸나 싶을 정도의 강렬한 놀라움이 덮쳐 왔습니다.
그 머리는 진나이가 아니었습니다. 내 머리였습니다. 20년 전의 나. ……딱 진나이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그 무렵의 나였습니다.
- <보은기> 중에서
빛의 안개와도 같은 흐름은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오히려 어지러운 비약 속에 온갖 것을 집어삼키며 팽창하여 그를 덮쳐 온다. 그는 이미 그것의 포로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 흐름의 방향에 따라, 폭풍우와도 같은 기세로 붓을 달렸다.
이때 왕자王者와도 같은 그 눈에 비친 것은 이해利害도 아니고 애증도 아니었다. 하물며 비방과 칭찬에 휘둘리는 마음 따위 진작에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그저 불가사의한 환희였다. 혹은 황홀하고 비장한 감격이었다. 이 감격을 모르는 자에게 어떻게 희작 삼매의 경지를 맛보게 할 수 있으랴. 어떻게 작가의 엄숙한 영혼을 이해시킬 수 있으랴. 지금 여기에서 인생은, 온갖 잔재를 씻고 마치 새로운 광석처럼, 아름답게 작가의 앞에 빛나고 있지 않은가…….
- <희작삼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