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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6038601
· 쪽수 : 682쪽
· 출판일 : 2017-04-25
책 소개
목차
모스크바 9
샤투라 489
뉴욕 541
리뷰
책속에서
아르카디는 자신의 일에 대한 환상이 거의 없었다. 살인 사건 전담 주임 수사관인 그는 정교하게 계획된 범죄가 드물고 기교에 취약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전문가였다. 평범한 러시아인들 사이에 일반적인 희생자는 동침한 여자였으며, 남자가 술이 잔뜩 취해 도끼로 그녀의 머리를 날려버리기 일쑤였다. 아마 제대로 맞히기까지 열 번은 휘둘렀을 테다. 솔직히 아르카디가 체포한 범죄자들은 우선 평범한 주정뱅이였으며, 그다음이 살인자였다. 살인자라기보다 주정뱅이에 더 가까운 것이다. 아르카디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런 주정뱅이와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거나 결혼을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도시 전체는 반나절 이상을 취해 있었다.
수사관은 다시 고리키 공원에서 있었던 세 명의 살인 사건으로 생각을 돌렸다. 그는 소련식 정의의 관점에서 사건에 접근해보았다. 정의란 여느 학교에서 만큼이나 교육적이다.
이를테면, 보통 주정뱅이들은 알코올 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집으로 돌려보내진다. 하지만 시궁창에서 허우적대는 주정뱅이의 수가 많아지면, 알코올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적인 캠페인이 시작되고, 그들은 곧 감옥에 던져진다. 공장의 좀도둑질은 끊임이 없고 빈번한데, 그건 소련 산업의 사기업적 측면이기도 하다. 보통 어수룩한 공장 관리인은 금방 붙잡혀 조용히 5년 형을 선고받지만, 도둑질에 대한 캠페인이 한창일 때는 유난스럽게 총살형을 당하곤 한다.
시체란 태초의 나태에서 문명화된 산업으로 진화한 인류의 증인이 아닐까? 그리고 초탄에서든 툰드라에서든 발굴된 뼈 무더기인 각 증인들은 그 자체로 선사 시대라 불리는 모자이크의 새로운 조각이다. 여기 대퇴골, 저기 두개골, 혹은 엘크의 이빨로 만든 목걸이는 모두 고대의 무덤에서 파헤쳐져 신문지에 포장된 후 고리키 공원이 내다보이는 소련 인류학 협회에 보내진다. 그곳에서 뼈들은 씻기고 줄로 한데 엮여서 과학적으로 부활한다.
그 모든 미스터리가 선사의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 끝날 무렵 레닌그라드의 하숙집으로 돌아온 한 장교는 천장에서 얼룩을 발견했다. 얼룩의 원인을 찾아 다락방을 살피다가 반 미라가 된 절단 사체를 발견했고, 보안대에 의해 그 시체의 신원이 남자임이 밝혀졌다. 실패로 끝난 길고 긴 수사 후 보안대는 모은 뼈를 재조합하기 위해 인류학 협회에 보냈는데, 문제는 인류학자들이 그 뼈로 남자가 아닌 여자의 얼굴을 재조합했다는 것이다. 속이 뒤집어진 보안대는 얼굴을 부숴버리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는데, 하숙집에서 여자의 사진이 한 장 나오고 말았다. 그 여자의 사진은 인류학자들이 구성한 얼굴 사진과 동일했고, 그녀의 신원과 그녀를 죽인 살인범 역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