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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굽은 길에 서라

대통령은 굽은 길에 서라

정덕재 (지은이)
스토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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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굽은 길에 서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대통령은 굽은 길에 서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04723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1-10-29

책 소개

스토리밥 문학선 2권. 정치의 계절을 맞아 지방주재시인이 문학적 상상으로 그려보는 대통령과 정치인의 자격, 그리고 낭만공약들을 담았습니다. 정치적인 시가 아니라 정치가 잊고 있는 이상과 상상을 담았다.

목차

1부
현충원 비망록을 쓸 수 있는 자격
농지를 보유할 수 있는 자격
통일축구 비무장지대리그
통일야구 비무장지대리그
소멸과 공멸
농자천하지대본
겸손한 손
대통령후보는 가위 바위 보로
관료추첨제
논둑 걷는 사람
사투리복원계승부 신설
기회의 시간
분노의 날을 허락하라

2부
채식주의자 정당의 육식대통령
육식 선호자 정당의 채식대통령
깜깜할 자유
판사의 방망이
검새의 날개
죽음을 곁에 두고
함께 울자
밤에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별이 보이는 세상
굽은 길을 펴지 마라
첫사랑을 만나는 사적 공휴일
손으로 쓰는 말

3부
청소의 영역
기자와 쓰레기
가짜도 모르는 가짜뉴스
커피 나오셨습니다
택배 오는 날
오뎅을 존중하라
양파밭과 마늘밭과 감자밭
건강한 노인과 고단한 청년
교실에 학생이 없는 날
교실에 교사가 없는 날
나무의 휴식

4부
모든 사랑은 설렌다
파발마가 필요한 세상
약 치는 할머니
대학무용론
너는 레깅스 나는 파자마에 난닝구
구멍가게 앞에서
투표생각
분서갱유의 날
기본소득지원금 받는 날
로그아웃
금영노래방 기계 3번 노래가 그립다
갈등의 무게

- 시인의 산문

저자소개

정덕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비데의 꿈은 분수다』(애지) 『새벽안개를 파는 편의점』(시와에세이)『간밤에 나는 악인이었는지 모른다』(걷는사람) 『치약을 마중나온 칫솔』(걷는사람) 창비청소년시집 『나는 고딩아빠다 』(창비교육) 정치풍자시집 『대통령은 굽은 길에 서라』(스토리밥출판) 등이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남한의 조기축구팀과
북한의 조기축구팀이
비무장지대에서 만나 축구를 한다

골키퍼 경력이 40년이 넘는 베테랑입니다
우리 문지기도 40년이 넘습네다
그렇게 할리우드 액션을 하면 반칙이란 거 모르셨나요
동무, 내가 언제 엄살동작을 했다고 그러우
어릴 때 콩나물을 많이 먹었는지 헤더를 잘 하는군요
저 동무 머리받기 실력은 평안도 일대 소문이 자자합네다
저기 남한 선수 공몰기 참 잘하는구만
드리블 실력은 한수 이남에서 최고죠

경기 끝나고 운동장 구석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리자는 말에
대회의 성격상 폭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구동성으로
막걸리만 마셨다는 기사가 스포츠면 맨 위를 장식했다
「통일축구 비무장지대 리그 - 남북조기축구대회 추진」 중에서 일부


선거 후보자로 나설 때
현충원에 가는 당신들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왕희지체와 구양순체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김정희나 한석봉처럼 글씨를 쓸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습니다’와 ‘읍니다’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동주가 노래했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서양식 묵념 대신
이마를 땅에 대고 통곡하는
석고대죄를 기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늘을 우러러보는 게 부끄러워
고개 숙여 땅을 바라본다면
생명의 기운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고개 숙여 부끄러운 자들이
방명록의 펜을 잡는 건 더욱 수치스러운 모습이지요
눈을 감지 못하는 혼들이 떠도는 자리에서
펜으로 방명록을 쓰지 말고
허벅지를 찍어
진한 핏물을 흘리는 게 양심의 고백이겠지요
「현충원 비망록을 작성할 수 있는 자격 - 현충원 방문 제한」 중에서 일부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분노의 시간을 허락해
회사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망치로 때려 부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보고서를 집어 던지고
결재판을 과장 자리에 날려 보내고
가게에 찾아온 악성 손님의 뺨을 때리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전화기에
에이 개새끼야
아름다운 욕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분노의 날을 허락하라 - 감정폭발법 검토」 중에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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