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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96425692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1
2
3
4
5
6
7
8
작가 연보
책속에서
어머니는 이제 돈이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전부 우리를 위해서, 나와 나오지를 위해서 조금도 아끼지 않고 써버리신 것이다. 그래서 이제 이 오랜 세월 살아온 정겨운 집에서 나가, 이즈의 조그만 산장에서 나와 단둘이 쓸쓸한 생활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어머니가 마음이 곱지 못하고 인색해서, 우리를 야단치고 또, 몰래 당신만의 돈을 불릴 궁리를 하시는 분이었다면,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이렇게 죽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드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아, 돈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 얼마나 끔찍한, 비참한, 구제할 길이 없는 지옥이란 말인가
내가 조숙함을 가장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조숙하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게으름뱅이인 척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게으름뱅이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척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쓰지 못한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거짓말쟁이인 척했더니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부자인 척했더니 사람들은 나를 부자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냉담을 가장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냉담한 녀석이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괴로워서 나도 모르게 탄식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괴로운 척 가장하고 있다고 수군거렸다.
문제는 당신의 대답뿐입니다. 저를 좋아하시는지, 싫어하시는지, 그도 아니면 아무 생각도 없으신 건지 그 대답, 매우 두렵지만, 그래도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전의 편지에서도, 억지춘향으로 매달리는 애인, 이라고 쓰고 또 이번 편지에도 억지춘향으로 매달리는 중년 여자, 라고 썼습니다만, 지금 잘 생각해보니 당신의 대답이 없으면, 억지춘향으로 매달리려 해도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어서 혼자 멍하니 야위어갈 뿐일 것입니다. 역시 당신의 무슨 말씀이 없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