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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518127
· 쪽수 : 378쪽
· 출판일 : 2019-03-05
책 소개
목차
1. 오래된 주검 _ 9
2. 생과 사의 공간 _ 18
3. 열정적인 매력 _ 27
4. 신임 _ 69
5. 정보수집 _ 86
6. 원망 _ 94
7. 실마리 _ 126
8. 사진 한 장 _ 179
9. 데이트 _ 195
10. 보호본능 _ 224
11. 들통 _ 254
12. 피신 _ 289
13. 자살기도 _ 301
14. 탐정 _ 336
15 검은 안개 _ 362
부록 - 정선교 작품연보 _ 365
저자소개
책속에서
등산복 사내는 단발 마의 비명을 흘리며 쓰러진 그녀를 내려다봤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그녀의 등에서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농익은 엉덩이를 드러내 놓은 채 엎드려 있는 그녀를 등산화를 신은 발로 밀어 똑바로 눕혔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들썩거리던 그녀가 고개를 뚝 하고 떨어트렸다.
그 사내는 그녀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군 점퍼차림의 사내가 송근욱의 목을 구둣발로 밟고 있었다. 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송근욱의 얼굴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는 핏줄이 돋아난 눈동자로 등산복사내가 들어오는 침실 밖을 내다봤다. 선혈이 낭자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내의 모습에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그는 갑자기 그녀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의무감 같은 감정이 솟구쳤다. 그 감정은 동정이 아니라 악몽 속에 자신과 같다는 동질감이었다.
이슬을 머금은 것 같은 그녀의 까만 눈망울과 시선을 마주한 청년의 눈빛이 정지되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그녀의 입술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입술과 입술이 잇닿고 당황한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그러나 그녀는 청년을 거부하지 않고 천천히 짙고 긴 속눈썹을 내리감았다.
진우는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 재미교포에게 입양되어 자랐고 성장해왔다. 3년 전 고국을 찾았다. 대한민국에서 한국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일부러 군입대 지원해 군복무를 마치고 육군 만기전역을 했다. 그 2년여 동안 군에 있으면서 대한민국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의 정서와 문화에 익숙해 졌다.
그가 그래야 하는 것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불길 속에 피투성이로 처참하게 죽은 것은 보아 알지만, 무슨 연유로 사망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보고 있는 목걸이로 부모의 체취를 느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