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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023216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5-02-22
책 소개
목차
여덟 편의 소설
비포 선라이즈 게임
어느 책의 생애
검은 가방
사람을 피하지 않는 개와 에어컨이 없는 가게
죽은 척하기
오하라의 하룻밤
그가 지운 것
문스트럭
아홉 편의 에세이
숨어드는 방
팔짱을 끼지는 않고
양파라 불러도 괜찮습니다
무조림과 가을의 마음
서로의 고단함을 지켜볼 수 있다면
나의 사랑하는 순간
평범한 삶
바보 같은 순간이 필요해
38만 원이 없어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비포 선라이즈’ 게임 해볼래요? 오늘은 2019년 12월 31일이고 우리는 우연히 만나 식사와 즐거운 대화를 했죠. 1년 후 12월 31일에 혹시 같은 곳에 있고 오늘처럼 혼자라면 같이 식사를 하는 겁니다.”
나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준이잖아. 준이를 한 번 더 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죠.” 우리는 카톡 아이디를 공유했다. 서로의 이름도 말하지 않은 터라 나는 그를 ‘준’이라고 저장했다.
_<비포 선라이즈 게임>
그녀는 나를 꺼내 들고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홍대입구역 지하 책방에서 나를 보던 19살의 그 눈빛 그대로. 여전히 그녀의 손은 땀이 많이 나는구나. 나는 책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순간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중해를 본 그날보다 그녀를 다시 만난 그날이 더 아름다웠다.
그때 그녀의 딸이 옹알이를 했다. 책 한 권을 손에 든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딸을 번쩍 들어 안아주었다. “어서 집에 가자.”
_<어느 책의 생애>
백희경은 중년의 남자가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기에게 사과를 하는 상황이 낯설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식에게 살갑게 말을 건 적이 없었다. 아버지와 마주하는 시간은 그의 심사가 뒤틀려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뿐이었다. 백희경은 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입에 쑤셔넣으며 지냈고, 그녀의 몸이 불어나면서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대상은 어머니가 되었다. 입가가 터져 정신을 놓은 어머니 앞에 소독약과 밴드를 챙겨가 앉으면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백희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맞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_<그가 지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