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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8044716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3-08-1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을 내며
제 1부
갑사 가는 길
내가 조금이라고 하는 사이
시집을 읽다가
드라이플라워
옛 마을을 지나며
지붕 없는 집의 시절
조개탕을 끓이는 저녁
詩가 되지 않는 밤에 추억하다
완도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죽은 벌레를 생각하다
한밤, 큰 비 내리고 꽃지다
신륵사
제 2부
고드름
겨울 풍경
2월의 눈은 따뜻하다
헌 가구를 버렸다
9월
말라붙은 시간
꽃과 벌레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라일락의 봄
그 여자, 실비아
사진기가 없던 일요일 오후
섬진강이 궁금하다
몸살
꽃나무 아래가 무덤 속 같다
제 3부
깊은 우물
여자 – 자화상
붉은 유년
오래된 가족사진
문자 메시지
사랑은 때로 벽이 된다
당신을 보내고
민들레
귀 울음
죽음을 배운다
봄날
저녁 산책
아프리카에서 온 사진
후일담(後日談)
제 4부
3월, 폭설
한라산 하산길
결혼에 대하여
구석
사나운 날
아름다운 대화
나비 상자
대전 살이
비눗방울 속으로 들어가다
서른넷
정전
사랑하는 일
눈송이 편지
남쪽 바다
해설
배한봉-기억과 열망, 발견의 시학
저자소개
책속에서
갑사 가는 길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는다면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거기, 서 있고 싶네
일주문 넘어가는 바람처럼
풍경소리에 걸음 멈추고
그곳에서 길을 잃고 싶네
산그늘 물소리 깊어져서
늙고 오래된 나무 꽃이 지고
꽃 피운 흔적도 지고 나면
말言까지 다 지우는 마음처럼
수만 개의 내 꿈들 떨구어 내는 일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저, 먼 길 끝나지 않았으면
시집을 읽다가
새로 산 시집을 읽다가
시집에 손을 벤다
피가 고이는 손바닥을 가만히 시집 위에 올려보니
어떤 시는 착한 눈빛을 하고
어떤 시는 두 어깨 깊이 울먹이다
뜨겁게 내 손을 잡는다
그러면 나에게
가시를 세운 시는 어떤 시일까
다시 시집을 열면
그 안에 가득한 눈물냄새
떠도는 마음에 쌓인 먼지 냄새
잃어버린 사람들 냄새
햇빛에 바스러질 듯 날이 섰다
이런 것이구나
서른넷 나의 골방에
우북우북 자라는 슬픔을 베어내는 칼날이란
삶의 안간힘
이것뿐이구나
내 상처를 헤집듯
새로 산 시집을 뒤적이다
나는 오래 삭인 슬픔에 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