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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17213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5-31
책 소개
목차
1부 예측 불허의 감동
처음의 여름
사랑의 모형
일방적인 고백
깨끗한 우울
책상 앞 신당
이별 후의 매뉴얼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
마지막 이별은 없다, 아직은
2부 사랑이 잘 보이도록
완벽한 눈송이
이런 일요일
여름비
환절기
영원은 상실 속에서 지속된다
다만 병마개를 열어둘 뿐
헤맬 수 있는 자유
창가에서
추천의 글∥정여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여름 광안리 바다에 발을 담그고 서 있던 뙤약볕 아래의 시간은 그래서 ‘지금’ 내 모습으로 살게 된 시작점처럼 생각된다. 그날의 바다에서 이글거리는 햇볕을 온몸에 담으며 이제는 여태의 시간을 모두 뒤로할 때라고, 드디어 나의 ‘처음’을 선언해야 할 때라고 작심했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은 두려운 게 없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새출발을 했던 것 같다. 어떤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커리어를 쌓고 그것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던 시간 없이 오로지 내 두 발로 땅 위에 서는 것만을 삶의 최대 목표로 삼고 거의 삼십 대까지 와버렸다. 덕분에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생물학적인 나이나 사회문화적 지위 같은 것들이 별로 중요하게 와닿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무엇을 욕망하는 사람인지, 그것을 위해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그 사람만이 통과해온 시간과 과정이다.
말할 수 없거나 들을 수 없음, 언어를 매개하지 않은 존재들 사이의 이해는 머리나 마음만이 아닌 온몸을 적시게 되는 물질적인 과정으로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건 언어를 매개해서만 도달하는 이해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아주 느린 시간을 경유해서 서서히 물들어가는 서로의 실감은 매일 닥쳐오는 예측 불허의 감동 속에서 조금씩 더 확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