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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8853943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5-01-08
책 소개
목차
24살 / 오늘 밤, 내가 사라진다
25살 / 가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26살 / 새로운 절망
27살 / 패러다임 시프트
28살 / 그래도 아침은 온다
29살 / 당신의 이름
30살 / 너와 만나는 12월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사람은 죽으면 전부 잃는다고 생각했다.
소리도 감촉, 바람조차도 느끼지 못하게 될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살아있을 때와 별로 다르지도 않았다.
암흑의 세계에서는 아직도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까지 생생히 느껴졌다.
희미하게 눈을 뜨자 먼 하늘에서 두 개의 별이 반짝였다.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건물 옥상에 있는지 대각선 건너편으로 보이는 빌딩이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까만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는 게 보이는 그곳은 어처구니없게도 방금까지도 내가 있던 장소였다.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윗옷은 여기저기가 시커멓게 그을리고 왼쪽 팔이 엄청나게 따가웠다. 내려다보니 소매는 거의 타 버리고 그 안으로 드러난 살갗에 커다란 물집이 잡혀 있었다.
죽은 뒤에 고통을 느낀다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아파?”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눈앞에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큰 키에 밤을 등지고 서 있는 까닭에 길게 기른 흑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매가 살짝 날카로웠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인상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출현에도 그리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건 비일상적인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츠키의 말대로 사오리를 알아간다는 건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 이후 결국 요리 학원에 등록한 나는 사오리와 자주 대화하게 되었다. 휴일에는 사오리와 쇼핑하러 가서 나한테는 절대 안 어울릴 옷을 권해 주는 대로 사기도 했다.
직장 동료에서 친구로 바뀌어 가는 게 기쁘고 즐거웠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23일에 사건이 발생했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사오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아슬아슬하게 오는 편이지만 지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도 전원이 꺼져 있는지 바로 안내 음성으로 넘어갔다. 조회가 끝난 뒤에 부장과 에시마에게 불려갔다.
“사오리 씨에게 뭐 들은 이야기 없나?”
거의 대화해 본 적 없는 부장의 질문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사내 스케줄표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에시마가 물었다.
“어제는 연차를 썼었죠?”
“네. 약혼자하고 결혼식장을 예약하러 간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