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리학 5부작 세트
오노레 드 발자크, 루이 후아르트, 앙리 모니에 | 페이퍼로드
69,840원 | 20230106 | 9791192376172
tvN 알쓸인잡 김영하를 사로잡은 오노레 드 발자크와
200년 전 프랑스 예술가들의 통찰력,
현대의 한국 사회를 꿰뚫어 보다
페이퍼로드가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생리학 시리즈 5부작을 출간했다. 생리학이라는 문학 장르는 명언이 솟구치는 풍자문학의 보고이자 사회 풍속 연구의 백미로 꼽힌다. 생물학적 생리학과는 다른 개념이며, 사회의 이치를 실증적으로 해석한다. 「기자 생리학」, 「공무원 생리학」, 「부르주아 생리학」, 「의사 생리학」, 「산책자 생리학」으로 이뤄진 프랑스 생리학 5부작은 발칙하고 대담한 상상력으로 격변기 프랑스에 명멸한 인간 군상과 사회현상, 직업군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묘사했다. 이 시리즈에는 프랑스혁명과 반혁명, 나폴레옹 시대가 폭풍처럼 몰아친 프랑스의 유례없는 사회 변동 양상이 응축돼 있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담겨있다. 지지부진한 개혁에 불만을 품은 작가와 저널리스트들은 생리학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회 전반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댔다. 팬데믹 위기와 유례없는 불황, 사회 갈등의 고조 등으로 분기점을 맞고 있는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데도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tvN 알쓸인잡의 김영하도 주목한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은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퇴보와 비효율 그 자체인 공무원과 그 조직을 분석한다. 200년이 흘렀지만 한국의 공무원 사회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위대한 문호인 발자크는 공무원을 풍자하면서 궁극적으로 프랑스의 ‘국왕’을 저격한다. 마치 논문처럼 정의를 제시하고 명제를 밝히는가 하면 잇달아 파생 명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진지한 분류법으로 공무원을 분류하고, 공무원과 정치인의 차이를 세심하게 묘사한다. 공무원에서 정치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그리며 공무원 사회 내의 온갖 직급 체제가 갖는 비극성과 희극성을 속속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폭로한다.
「기자 생리학」은 문단과 언론을 향한 무차별적인 고발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로서 실패한 자신의 모습을 처절하게 해체하고 탐구한 끝에 얻어낸 발자크의 연구서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휘두르는 기자들과 내뱉으면 말인 줄 아는 비평가들을 기생충이라며 신랄하게 독설을 꽂는다.
루이 후아르트는 「의사 생리학」에서 지극히 과학적인 풍자를 통해 상업주의와 엘리트 특권의식에 빠진 의사를 풍자한다. 의사, 약사, 의료기기 회사와 언론, 정치인까지 얽혀 들어가는 이 거대한 카르텔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그저 먼 나라의 과거로만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하다.
어떤 것이 완벽한 산책일까? 「산책자 생리학」에서는 산책자의 도시이지만 진정한 산책자는 없는 파리를 조롱한다. 진정한 산책이란 생각은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며, 혼자서도 잘 놀고 피곤할 때는 쉬어 갈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과 귀에는 상품과 이미지가 홍수처럼 쏟아져 대도시의 자본주의적인 삶에서 벗어나 산책할 수 없다.
「부르주아 생리학」의 저자 앙리 모니에를 두고, 발터 벤야민은 “자기 자신을 관찰할 줄 아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속물”, “생리학의 거장”이라 칭하며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지성이 결여된 채 부에 따라 나뉜 계층은 더욱 견고해져 세대, 종교, 젠더, 빈부 갈등을 낳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참 지성인을 찾기 어려운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앙리 모니에는 그 자신이 부르주아이지만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부르주아를 풍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