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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237604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2-06-21
책 소개
목차
어두운 침실의 저편 9
내 마지막 은신처 35
아무도 아닌 61
희랍에 없는 말 93
휘파람 107
우리의 상스브리나 137
카프리섬의 연인 195
발랑스 부인과의 농담 213
시인의 마돈나 243
무력한 증인 283
행복한 후회 309
사강을 읽는 일 323
ㅡ추천사 소설가 신유진
리뷰
책속에서
나는 어두운 우리의 침실 안으로 몰래 들어갔다. 인도산 천이 둘러쳐진 아주 여성적인 방이었다. 방 안에는 여느 때처럼 감미롭고도 짙은 로랑스의 체취가 감돌았다. 그녀가 어렸을 적, 두세 번의 투베르쿨린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잠잘 때는 반드시 덧문과 창문을 닫아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랬듯이. 로랑스의 체취는 내게 약간의 편두통을 안겨주었다.
- 어두운 침실의 저편
문득 내가 돈을 내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 아파트에는 한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삶을 공유하는 여자이지, 나의 존재를 완전히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때로는 나를 자신의 일부나 신체의 일부인 양 내팽개치는 여자가 아니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럴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즉시 로랑스와 헤어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짓인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다음에 나를 에워싸게 될 혐오감, 오래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내가 느끼게 될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깊이 생각해야만 했다.
- 내 마지막 은신처
나는 서둘러 양복점으로 갔다. 7년 동안 로랑스는 어떨 때는 나를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의 의복으로, 또 다른 때는 1930년대 외교관들이 입던 양복으로 입혔기 때문에 나는 약간은 헐렁하고 편안해 보이는 코르덴 양복이 정말 입고 싶었다. 그런 양복을 나는 금방 찾아냈는데, 내게 아주 잘 맞았다. “손님, 머리 색깔과 눈 색깔과도 똑같은 색이군요!”하고 판매원이 큰 소리로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깃에 단추가 달린 미국식 와이셔츠와 그것에 어울리는, 양모로 뜨개질을 한 넥타이 하나를 사면서 그 값을 수표로 지불했다. 로랑스가 자기의 거래 은행에 열어준 예금 통장의 수표였다. 로랑스는 매달 초 바로 그 예금 통장 안에 용돈을 넣어주었다. 딴에는 통장에 넣어주는 것이 현금을 건네는 것보다 덜 쑥스럽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 아무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