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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0104995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05-05-2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저자의 말
1. 옛그림 속을 거닐다
덧없고 달콤한 인연
세상에 대한 경멸
꿈이로다! 몽유도원 1
꿈이로다! 몽유도원 2
추운 계절의 그윽한 꽃, 梅
종이밭에 뿌리 내린 문자향, 蘭
은둔의 묘미를 느끼려면, 菊
눈앞에, 마음속에, 그림속에, 竹
2. 옛사람 사이에서 노닐다
연암의 시대를 꿈꾸다
아내를 사모하여
서경덕과 피타고라스의 정리
옛것을 좋아하여
인사동에서 만난 최치원 1
인사동에서 만난 최치원 2
소박한 밥상, 최고의 만남
옛글의 향기에 취하다
마음을 사로잡은 한 구절
도덕경 비밀클럽
시는 그림이다
논어의 교언영색 콤플렉스
소요유, 초월과 상상
애효 딜레마와 맹자의 카운슬링
다이아몬드 같은 말씀, 금강경 1
다이아몬드 같은 말씀, 금강경 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런 일갈은 후련하긴 하지만, 리얼리스트 연암을 실감나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박해 보이는, 그의 시 한 편이 더 나를 사로잡는다.
我兄顔髮曾似 아형안발증사
每憶先君看我兄 매억선군간아형
今日思兄何處見 금일사형하처견
自將巾映溪行 자장건영계행
우리 형님 얼굴은 누굴 닮았나
아버지 생각나면 형님을 보았지
이제 형님 생각나면 그 누굴 보나
시냇물에 내 얼굴을 비추어 보내
<연암억선형>(연안에서 형을 생각함)이라는 시는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박지원은 형님을 여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득 가만히 그 얼굴을 떠올려본다. 형님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었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가 떠오른다. 그는 형님을 의지하며 살았다. 아버지처럼 생긴 형님을 아버지처럼 기댔다. 이제 그 형임이 가셨으니, 형님 생각나면 누굴 보느냐고 한숨 쉰다.
그러나 시인 박지원은 다시 가슴을 싸하게 만드는 반전을 매달아놓는다. 바로 내 얼굴을 바라보면 거기에 형님의 얼굴이 있다. 형님과 닮은 내 얼굴울 보면서, 형님을 생각한다. 어찌 보면 평범함 말 같지만, 형님이 나의 분신, 내가 형님의 분신이었음을 일깨워준다.
어디 하나 어려운 말 없이 툭툭 내뱉듯 이어간 저 시에는 그러나 '닮음'이 일깨우는 견딜 수없는 그리움이 숨어 있다. 그립다고 호들갑 떤 적 없다. 하지만 대신 보아야 할 얼굴을 왜 찾겠는가. 왜 그게 필요하겠는가. 내 얼굴에서 죽은 형님의 얼굴을 보는 그 마음엔 고통조차도 따뜻해진 응시가 느껴진다.
요즘에 내놓아도 감동이 줄지 않는 저 소박하고 인간적이면서 세련된 절제미는, 수사에 열 올리거나 현학에 으쓱하는 사람에게선 나올 수 없다. - 본문 12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