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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한국철학 > 한국철학 일반
· ISBN : 9791157062416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21-08-23
책 소개
목차
글머리에_ 이것이 인간이다
추천의 말_ 새벽에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1부 날마다 한 치씩 나아간다
1. 나는 상놈이다
2. 공부 좀 하셨습니까?
3. 영혼의 개벽
4. 날마다 한 치씩 나아간다
2부 육신의 삶
5. 아름답고 담담한 백년해로의 인연
6. 하루 한 끼, 일일일식
7. 몸을 바꾸다
8. 몸이 성해야 영성이 돋는다
9. 별들을 가만히 우러르다
10. 어둑한 꿈속에 육욕을 만나다
3부 가르침의 희망
11. 이승훈의 오산학교와 만나다
12. 오산학교에서 만난 인연들–이승훈과 여준
13. 톨스토이와 천로역정
14. 3·1운동과 오산학교
15. 또 다른 인연들, 최남선과 류달영
16. YMCA에서 이어진 가르침의 길
4부 숙명의 인연: 우치무라 간조, 김교신, 함석헌
17. 불경스런 사내 우치무라 간조
18. 우리 각자에게 가르침을 주러 온 예수
19. 따로 또 같이 간 길, 김교신
20. 하늘님의 새 신천옹, 함석헌과 류영모
21. 국가에 대한 태도
5부 북한산 톨스토이와 광주의 성자들
22. 사람은 어떻게 사람이 되는가
23. 자하문 밖, 북한산 톨스토이
24. 삶은 하루살이 생선토막이오
25. 빛고을의 성자들–이세종
26. 빛고을의 성자들 –이현필
27. 하느님의 관상을 보다
28. 신은 어디에 계신가?
6부 동양의 기독교
29. 한글 속에 있는 하느님, '우리 말글의 성자'
30. ‘참’과 씨알사상
31. 없이 계시는 신–몸과 성령
32. 예수의 길과 다석의 길
33. 부처·노자·공자가 모두 하느님을 가리키고 있다
34. 놀라운 ‘없음’, 노자와 다석
35. 류영모의 ‘노자신학’
36. 중용, 신의 말씀으로 사는 것
37. 참으로 다정한 허공 ꠒ
38. 사람 속에 하늘과 땅이 있으니 하나다
39. 신의 뜻에 닿는 다석의 기독신앙
7부 저녁의 십자가
40. 마땅히 일본의 지배도 사라질 것이다
41. 인간에게는 밥 이상의 것이 있다
42. 1950년, 환갑과 전쟁
43. 내 뒤에 오는 이
44. 나 어디 좀 간다
45. 9억 번의 숨이 멈추다
책속에서
류영모는 오직 자율신앙을 강조했다. 모든 신앙인은 홀로 스스로 신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신은 어디에도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 속에 ‘얼(성령)’로 들어와 있다. 이것이 류영모가 말하는 ‘얼나’다. 얼나는 인간 개개인의 생각 속에 들어 있지만, 신과 개인을 잇는 매체다. 류영모는 인간과의 대면으로 신과의 대면을 대체하려는 종교에 대해 경고했다. 신앙은 철저히 신과 나의 단독자 대면일 뿐이며, 스스로 찾아나서는 자율행위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 시대 교회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겨 가면서까지 집회와 행사를 강행하는 까닭은 신앙의 독실함 때문이 아니다. 종교가 비즈니스화하고 집단의 권력으로 바뀌어 갑자기 그 생존의 기반을 바꿀 수 없는 비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다.
돌이켜보자. 코로나19는 종교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고 그 왜곡된 양상을 스스로 실토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측면이 있다. 류영모는 종교가 갖고 있는 그런 측면이 정작 종교가 해야 할 참을 행하지 않게 된 비극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그것은 코로나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가 안고 있는 문제의 노출일 뿐이다. 류영모는 이런 점에서도 선각자였다.
- <글머리에> 중에서
맹자는 류영모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기의 마음을 다하는 자는 자기의 성性을 알 것이니, 자기의 성을 알면 하늘을 안다. 자기 마음을 보존하여 그 성을 기르는 일이 바로 하늘을 섬기는 도리다. 일찍 죽거나 오래 사는 일에 개의치 않으면서 몸을 닦으며 기다리는 일은 하늘의 명령을 보존하여 세우는 방법이다.” 다시 맹자는 목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목숨은 하늘의 명령이다. 모든 것이 하늘의 명령이 아닌 것이 없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바른 목숨을 순리대로 받아야 한다. 하늘의 명령을 아는 자는 쓰러지는 담장 아래 서 있지 않는다. 자기의 도를 다하고 죽는 자는 바른 목숨이며, 형벌을 받아 죽는 자는 바른 목숨이 아니다.”(《맹자》 진심장구 상편 제46장)
나라가 무너지는 시절, 모든 삶이 허물어지는 듯한 시대에 소년 류영모는 이 같은 맹자의 강렬한 명령과 가르침 속에 파묻혀 년을 살았다. 이것은 그가 기독교를 만나게 되면서 정신의 천지개벽을 느끼게 될 때, 그 ‘폭발’을 이루는 긴요한 질료가 되었다. 그는 《맹자》를 강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장자莊子도 맹자도 다 성령聖靈을 통했다고 생각해요. 성령을 통하지 않고는 그렇게 바탕性을 알 수가 없어요. 맹자와 장자는 성령을 통한 사람인지라 꿰뚫어본 것입니다. 볼 걸 다 본 사람들입니다. 어느 날 《맹자》를 펼치니 이런 말들이 다 나오지 않겠습니까? 쭉 읽어보고는 섬뜩해졌습니다. ‘이렇게도 맹자가 깊고 깊은 사람이었나.’ 하고 말입니다.”
- <1부 날마다 한 치씩 나아간다> 중에서
탐진치貪瞋癡를 인간이 지닌 세 가지 독기라 일컬은 것은 불교다. 류영모는 이것을 사람이 지닌 짐승 성질이라고 했다. 짐승은 먹고 교접하고 으르렁거린다. 인간도 이 성질에 빠져 있으면 짐승을 벗어나지 못한다. 동물학자들이 동물의 본능을 feeding(탐) , ghting(진) , sex(치)라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세기의 사상은 탐진치에 대한 재발견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치, 즉 육욕에 대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로 풀어나갔다. 탐(식욕)과 진(으르렁거림, 분노)에 주목한 사람은 카를 마르크스였다. 그는 이 관점을 바탕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재설계하여 세기를 움직인 사회주의 사상을 만들었다.
이들의 사상은 인간의 탐진치가 육신과 의식의 조건이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다. 류영모도 이것을 인정했다. 과연 탐진치가 세 가지 독인가. 짐승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이 생존과 번식의 기반이 아닌가. 세 가지 독이 아니라 세 가지 미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도 탐진치가 있었기에 만 년을 버텨왔다고 할 수 있다. 그 짐승 성질이 인류 종족을 생존하게 하고 번식하게 했기 때문이다. 탐진치가 인간 생존의 살림 밑천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다석은 탐진치는 그 기본적인 ‘기능’에서 제어되어야 하고, 인간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는 무엇인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 <2부 육신의 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