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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에세이
· ISBN : 9788901092935
· 쪽수 : 247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낙제생의 인생을 바꿔준 선생님
1. 자신의 서재를 만드는 일은 아무리 서둘러도 이르지 않다
2. 스페인 여행을 기차로 해야 하는 이유
3. 내 안에 있는 '나' 꺼내기
4. 지도는 그것을 필요 없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5. 읽어야 할 책이 많아서 행복하다
6. 내 인생을 지배한 아인슈타인의 한 문장
7. 밑줄 친 책은 절대로 빌려주지 않는다
8. 모든 일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9. 축제를 즐겨라 그리고 그 이후를 책임져라
10.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충고하지 마라
11. TV 퀴즈 쇼에서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12. 큰곰자리와 북극성이 가르쳐줄 수 없는 것
13.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일찍 도착해라
14. 컴퓨터는 우리에게서 시간을 빼앗아갔다
15. 새로운 지식을 열망하는 사람에게 '끝'이란 없다
16. 시시포스는 행복하다
17. 내면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18. '겉보기에'라는 말이 가진 함정
19. 자유롭게 말하라 그러나 근거를 갖고 말하라
20. 로마로 가는 길은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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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밑줄 친 책은 절대로 빌려주지 않는다
사실 책을 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돈을 써야 하고, 뭘 살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을 사는 일보다는 책을 읽는 일이 우리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이때는 독서의 기술도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서도 선생님은 많은 충고를 해주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여유와 집중력을 갖고 책을 읽으라고 했다. 또한 책을 천천히 읽어야 하고, 동시에 올바른 자세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무엇보다 중요시한 독서의 기술은 연필을 손에 쥐고 읽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눈에 띄거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나면 밑줄을 쳤는데, 이런 작업은 책을 첫 번째로 읽을 때가 아니라 두 번째로 읽게 될 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처음 읽을 때는 그 책이 쓸모가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밑줄 친 부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노트에 옮겨 적을 때 비로소 학문적 작업을 위한 첫 단계를 내딛는 데 성공한 셈이라고 선생님은 말했다.
밑줄 친 책에는 그 책을 읽은 이의 노력과 개인적 체험이 담겨 있다. 더군다나 논문에 인용하기 위해 자주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그 책을 자기 손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선생님은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주기 위해, 자신이 밑줄을 쳐놓은 그 책과 동일한 새 책을 사러 서점에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물론 책을 빌려달라고 말한 그 친구들이 책값을 스스로 감당하는 게 옳다. 아마 그들도 나처럼 서점에 가면 어쩔 줄 몰라했던 것 같다. 반면 선생님은 서점에 가는 일을 즐겼고, 그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했던 것이다.
‘60’에 대하여
언젠가 선생님은 “우리가 ‘60에 대하여’라는 말을 들을 때 그것이 60이라는 숫자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60이라는 나이에 대한 것인지 그 의미를 확정 지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내가 ‘60에 대하여’라고 쓰는 것도 마찬가지 반응을 가져올 것이다. 숫자 60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60세의 나이에 대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후자에 대한 것이라면, 그 이야기는 솔직히 그리 달가운 게 아니다.
나는 지난 2007년에 예순 번째 생일을 맞았는데, 나로서는 그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이제 나는 60세가 되었으며, 이 책에 실린 글도 60편이다. 처음부터 60편 이상은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시계의 60초와 60분이 보여주듯이 ‘60’이라는 수를 통해 하나의 원이 완성된다. 시간은 결코 뒤로는 가지 않고 오직 앞으로만 나아간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간을 원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일까?” 하고 선생님이 우리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60을 새로운 시작으로 삼는 건 아주 오래된 관습이다. 60이라는 숫자가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도록 만든 사람들은 바로 바빌로니아인들이었다. 그들은 60이 다시 1이 되도록 만들었다. 선생님이 60세가 되었을 때 나는 이것을 배웠다. 이 글을 60에서 끝낼 이유는 충분한 것이다.